[현장에서]황재성/지나친 시장개입 역효과 불러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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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초의 일이다. 건설교통부의 주택정책 담당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택경기 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논지(論旨)는 “내수 침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주택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건교부는 1년 내내 각종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책과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후 부동산경기는 정부의 계획대로(?) 불붙었고 이듬해인 2002년에는 전국을 들끓게 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거품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열기는 계속됐다.

이처럼 정부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저금리 기조, 정부가 기업과 정부기관의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시중에 풀어낸 막대한 자금, 주식시장의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이유로 주택업체들이 주택공급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해서 주택경기 부양책을 쏟아내지 않았더라도 부동산시장은 달아올랐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한다. 즉 2001년에 1년 내내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것은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다.

올해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지상(至上) 과제로 삼고 있다.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쏟아낸 정책이 10여 가지에 이른다. 분양권 전매 금지부터 재건축아파트의 ‘사실상 후분양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일부 조치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공인중개업소들의 집단 반발을 가져오기도 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부동산시장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부동산 비수기(非需期)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을 떠나고 있는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 쏟아내기를 당분간 계속할 움직임이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상품의 경우 침체 기미가 역력해지고 있다. 게다가 주택공급은 우려될 만큼 크게 줄어들고 있다. 2년 전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쯤 정부가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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