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악의적' 입맛맞으면 '긍정적'…신문보도 5단계분류

  • 입력 2003년 6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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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로 문화부 관련 신문보도 내용을 청와대에 일일보고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된 사안들에 대한 기사를 자의적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각 부처와 관련된 신문보도를 △긍정 보도 △사실 보도 △건전한 비판 △악의적 비판 △오보 등 5단계로 나눠 매일 보고토록 지시했다.

문화부가 최근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에게 제출한 4월9일부터 이달 16일까지의 일일보고 자료에 따르면 132건의 기사를 긍정 보도 7건, 사실 보도 90건, 건전한 비판 17건, 악의적 비판 8건, 오보 10건으로 분류해 보고했다. 문화부는 이 과정에서 문화부에 불리한 기사는 ‘악의적 비판’으로, 호의적인 기사는 ‘긍정 보도’로 분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의 ‘신문공동배달제 지원 방침’ 발언과 관련한 “정부 공배제 지원 지극히 당연”(경향신문 4월18일자) “우리 실정에 맞는 올바른 처사”(한겨레 4월19일자) 등 문화부를 옹호하는 보도는 ‘긍정 보도’로 분류해 보고했다.

반면 “신문 선택도 정부가 조정하나”(동아일보 4월17일자) “정부 입맛대로 신문을 키우고 죽이고…”(조선일보 4월17일자) 등의 보도는 ‘악의적 비판’으로 분류했다.

또 ‘악의적 비판’으로 꼽힌 “청와대와 문화부가 5월 말로 임기 만료되는 한국관광공사 사장 후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정치권 인사를 민다는 소문이 있다”(국민일보 5월9일자)는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신문에 반론 또는 해명 의견 게재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선 당시 노 대통령후보의 정책특보를 지낸 유건(柳健) 교보리얼코 고문이 지난달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이 기사에 대한 문화부의 해명과 분류는 설득력을 잃었다.

고 의원은 “문화부의 일일보고에 비춰볼 때, 정부 각 부처에서 실시 중인 언론보도 분류 보고는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고 소모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비판적인 신문을 옥죄려는 이 같은 행태는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언론을 감시하거나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문화관광부 신문보도 일일보고
긍정 보도악의적 비판악의적 비판에 대한 평가및 조치
문화관광부의 일부 신문사의신문공동배달제지원 추진 관련·정부 공배제 지원 지극히 당연, 신문시장 왜곡 바로잡아야(경향, 4월18일자)·독과점 여론시장 ‘공동 경쟁 숨통’, 신문 독과점 해소가 언론개혁요체(한겨레 4월18일자)·공동배달지원이 왜 문제인가 신문시장 독과점 시정돼야(국민일보 4월18일자)·공동배달제 활성화 필요하다(세계일보 4월18일자)·신문공동배달제는 독자서비스를 강화하고 언론 시장의 공정경쟁 조성에 기폭제(문화일보 4월18일자)·신문선택도 정부가 조정하나, 특정지 공동배달에 공기금 지원 물의(동아일보 4월17일자)·정부 입맛대로신문을 키우고 죽이고(조선일보 4월 17일자)·채찍이든 당근이든 언론에는 독(중앙일보 4월17일자)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신문공동배달제 지원(중앙일보 4월23일자)·신문사라는 사기업의 상품을 배달하는 데 장기 저리 형식으로 수천억 원 대의 돈을 빌려주는 것은 엄연한 특혜(중앙일보 5월29일자)·문화산업진흥기금 융자 등 지원 관련 사항에 대한 자료 언론사에 배포
한나라당, 이창동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 추진 관련·새 정부의 언론정책은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이 장관의 답변태도까지 문제삼는 것은 무리(경향신문 4월14일자)·이 장관은 문화부의 본 업무도 아닌 언론 문제에 끼어들고 있다. 그간의 미숙을 시인하고 문화부의 본령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세계일보 4월14일자)·조치 없음
새만금 개발 반대하는 3보1배 시위에 이창동 장관참석 관련 ·이 장관이 3보1배 시위 현장에 찾아가 응원하고 새만금 사업을 반대했다(한국일보 5월22일자)·종교 담당 주무장관으로서 종교인의 건강 염려와 삼보일배 중단 요청 차 방문한 것임. 해명자료 배포 예정
문화관광부의 정보 공개 관련 ·문화부 홈페이지의 열린자료방에 많은 문서 올려져있으나 열람 실적이 저조하고 정보 가치가 적은 서류가 대부분(조선일보 6월10일자)·정보 공개의 취지 등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으므로 반론 보도 또는 해명 자료 배포 등으로 적극 해명
사실보도, 건전비판, 오보는 제외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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