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종반전]'2강 2중 2약' 구도 양상

  • 입력 2003년 6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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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권역별로 후보간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선거는 ‘4강(强) 2약(弱)’구도로 출발했다. 최병렬(崔秉烈) 강재섭(姜在涉) 김덕룡(金德龍) 서청원(徐淸源·이상 기호순) 후보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김형오(金炯旿) 이재오(李在五) 후보가 그 뒤를 쫓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중반전을 넘기면서 최, 서 후보가 강재섭, 김덕룡 후보와의 격차를 조금씩 벌려가면서 ‘2강 2중 2약’ 구도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는 게 당내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강, 김 후보측은 “최, 서 후보와의 격차는 오차한계 범위 내로 현재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별로 각 후보들은 자신들의 ‘텃밭’에서 강세를 띠고 있다는 평가다.

최 후보는 부산 울산 경남, 강 후보는 대구 경북에서 각각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김 후보는 호남권, 서 후보는 충청권에서 다른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것. 강원과 제주에선 최, 서 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접전지는 역시 전체 선거인단의 43.4%가 몰려 있는 수도권. 수도권에선 서울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최 후보와 서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고, 김덕룡 후보가 두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강 후보는 ‘젊은 기수론’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에 보고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구당 위원장 수 면에선 서 후보가 최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지만, 서 후보는 원외 위원장에 강세인 반면 최 후보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세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의 경우 표의 응집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구당 위원장 수만으로는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막판 돌발변수도 점쳐지고 있다.

서 후보측은 최병렬-김덕룡 후보간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특정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 대신 내부적으로 공천지분을 나누는 등 ‘밀약설’이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최-김 후보측은 “흑색선전”이라며 발끈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대표경선 선거인단 분포 및 판세
권역선거인단(%)판세
서울4만5830명(20.2)최병렬 우세, 서청원 김덕룡 추격
경기4만1544명(18.3)서청원 우세, 최병렬 김덕룡 추격
인천1만1094명(4.9)최병렬 김덕룡 서청원 혼전
대전5991명(2.6)서청원 최병렬 혼전
충남9209명(4.1)서청원 우세
충북6528명(2.9)서청원 우세
강원7728명(3.4)최병렬 서청원 혼전
대구1만1190명(4.9)강재섭 우세
경북1만3928명(6.1)강재섭 우세
부산1만6730명(7.4)최병렬 우세
울산4571명(2.0)최병렬 우세
경남1만4331명(6.3)최병렬 우세
전북8771명(3.9)김덕룡 우세
전남1만494명(4.6)김덕룡 우세
광주5965명(2.6)김덕룡 우세
제주2598명(1.2)서청원 우세, 최병렬 추격
21만7077명(95.4)
기타1만368명(4.6)중앙위 대의원 등
전체22만7445명(100)
각 후보 캠프 분석 및 본보 취재결과 종합

▼野경선 '그들만의 잔치'▼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18일까지 5차례의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거치며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라는 얘기가 많다.

후보들은 이날도 제주와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 잇따라 참석해 저마다 당 개혁의 적임자임을 자임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일반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무성하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번 경선이 대통령후보를 뽑는 게 아닌 데다 그나마 경쟁에 나선 인물들이 ‘흥행’을 보장하기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경우 권역별 투개표 자체가 국민적 이벤트로 큰 관심을 끌었고, ‘노무현’이라는 다크호스가 흥행바람을 일으켰지만 한나라당 대표 경선은 그런 ‘극적 요소’가 없다는 것.

강원택(康元澤) 숭실대 교수는 “변화의 요구는 거센데 이번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전 대표까지 포함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인물들”이라며 “설사 그들이 당을 바꿀 능력을 갖고 있다 해도 국민이 볼 때는 너무 구시대적인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선거 후 뒤탈을 우려한 현 지도부가 중립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무리 없는 행사치르기’에만 매달려 흥행저하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도, 개혁도 싫다=고무줄처럼 계속 연기돼온 전당대회 일정 자체가 당원들의 관심을 저하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당초 3월 개최를 목표로 했던 경선은 준비부족으로 4, 5월로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6월 26일로 결정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경선 논의가 무려 반년을 끌어오면서 후보와 당원들 모두 지쳐버렸다는 것.

이 때문에 각 주자들은 당의 개혁과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일부 당원들은 “개혁의 ‘개’자만 들어도 지겹다”는 냉소적인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하한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도 흥행을 반감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23만명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투표율 제고 대책에는 별 관심을 못 기울였다는 것.

한 당직자는 “선거인단의 10분의 1만 지지하는 대표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투표율이 40%를 넘지 못하면 대략 9만명 이하가 투표하게 되고 현재의 판세로 볼 때 결국 1위 후보라도 3만표를 못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적 어젠다’가 없다=당원과 국민, 특히 20, 30대 청년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파괴력 있는’ 국민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국가 운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 후보가 없다. 또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룬 선거인단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온라인에서 특정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켜 나가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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