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주변의혹수사 일단락]용인땅 '1차 거래대금' 여전히 의문

  • 입력 2003년 6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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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의 각종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방의 경과=김 의원과 김 의원을 고발한 민주당, 그리고 노 대통령간의 지루한 공방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4일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당시 △노 대통령이 89년 7월 친형인 건평(健平)씨를 통해 경남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땅을 매입한 뒤 94년 4월 2층 상가를 신축해 부동산을 은닉해왔으며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땅을 소유한 의혹이 있고 △노 대통령의 부인이 부동산 개발정보를 입수해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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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즉각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발하며 검찰에 김 의원 등을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다 검찰이 선거법상 기소시한(대선이후 6개월 이내이므로 19일)을 앞두고 이 사건에 대한 기소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하자 김 의원은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때마침 월간 신동아 6월호 보도를 통해 구조라리 땅에 건평씨가 별장과 카페를 신축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자금이동 상황은 물론 김해 주변의 다른 부동산 실소유 문제까지 들고 나왔고, 장수천 문제는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시 땅 매각 의혹까지 불렀다.

▽용인 땅 논란=이씨가 용인 땅을 팔아 장수천 빚을 갚았고 이 땅을 지난해 처음 사들인 매수자는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이란 것은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다. 그러나 적잖은 의문이 남아 있다.

우선 이씨가 처음에 강 회장과 맺은 1차 매매계약 대금과 관련해 “국민은행 빚 10억원을 매수자가 떠안기로 약속해 사실상 거래대금은 38억5000만원”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강 회장의 진술과 어긋나고 있다.

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은행 빚과 장수천 관련 한국리스여신의 보증채무도 내가 책임지기로 했던 것으로 거래대금 28억5000만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가 강 회장과의 1차계약이 정리되기도 전에 주변 사람을 내세워 대한주택공사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용인 땅’ 진입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풀린 의혹과 남은 의혹=노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직접 설명에 나서 몇 가지 의혹이 해소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대목도 남아있다.

먼저 여래리 땅의 실소유주 논란. 노 대통령이 건평씨 등과 공동 매입한 사실은 있으나 96년 소유권을 건평씨에게 넘겼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청와대측은 당시 소유권 이전 공증인증서를 근거자료로 공개하며 실소유주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과 함께 공동소유자였던 오모씨는 건강보험료를 미납하거나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경제능력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자금동원 능력에 의문이 남아 있다.

진영읍 신용리 임야 실소유주 논란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95년에 신용리 임야 8700여평을 건평씨와 가까운 백모씨에게 판 김기호(金基鎬) 김해국제컨트리클럽회장이 “그 땅은 노무현 땅”이라고 발언했기 때문.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때 녹취해 갖고 있던 김씨의 발언은 본보 보도로 공개됐다.

녹취록 파문 직후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형님이 95년경 그 땅을 샀다는 것을 뒤에 들었는데, 그 땅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 없고 나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평씨가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나는 땅을 사지 않았다. 백씨가 구입했다”고 이를 정면 부인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노무현 대통령 주변인사 땅 의혹 해명에 대한 김문수 의원 주장
쟁점 당사자 해명 및 확인된 사항 김문수 의원 주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땅 매각경위 논란-지난해 이 땅의 1차 매수자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며, 이씨는 1차 계약을 파기한 뒤 올 2월 소명산업개발과 2차 매매계약을 체결
-이씨는 용인 땅에 실버타운 건립 추진
-주공측이 이씨 소유인 용인 땅의 추가 진입로 개설과 관련해 당초 ‘불가’입장에서 검토가능으로 바뀐 배경이 의문
경남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부동산 실소유주 논란-노무현 대통령은 89년 300평 중 120평을 건평씨 명의로 샀으나 96년 건평씨에게 소유권 이전


-건평씨 소유 부동산은 장수천 빚 때문에 경매에 부쳐졌고, 건평씨 처남인 민상철씨에게 낙찰

-부동산 공동소유자였던 오모씨와 선봉술씨는 건강보험료를 못 낼 정도로 경제능력이 떨어져 실소유자인지 의문
-건평씨의 처남이 낙찰받았으나 거액의 낙찰대금 마련 등이 의문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별장과 카페 신축 적법성 여부-건평씨는 “땅을 매입하고 건축허가를 받을 때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
-건평씨가 처남에게 소유권을 넘긴 뒤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이 매입
-건평씨가 주소지를 허위 기재했으며 건축시 건축법 위반사례 다수 적발
-현지 주민의 건축허가는 불허됐지만 건평씨 건은 허가돼 형평성 논란
경남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 임야 실소유주 논란-매매계약서상 매수인은 건평씨와 가까운 백모씨로 확인
-노 대통령은 “건평씨가 이 땅을 매입했다”고 언급
-땅을 판 김기호씨는 녹취록에서 “땅 주인은 노무현”이라고 해 실소유주 논란
-건평씨는 “내가 아니라 백모씨가 구입했다”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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