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똥떡'…뒷간귀신님, 떡드시고 화푸세요!

  • 입력 2003년 6월 17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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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떡/이춘희 글 박지훈 그림/30쪽 8500원 언어세상(만 4세∼초등 저학년)

똥 이야기는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비록 손으로 코를 싸쥐고 얼굴을 찡그리더라도 끝내는 마음껏 웃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뒷간이 뭔지도 모를 요즘 아이들에게 기성세대조차 잊고 지내왔던 잃어버린 문화를 소개하는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가 ‘똥떡’이다.

방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 옛날 ‘뒷간’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궁금하다. 넓은 마당 한 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뒷간은 어린 마음에 어두침침하여 무서운 곳, 가기 싫은 곳이었다. ‘똥떡’이란 말은 내게도 생소한데, 뒷간에 갔던 아이가 발을 잘못 디뎌 그만 빠져버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곤 했던 그 시절, 뒷간에 빠진 아이의 액막이용 떡이라고 한다. 아이가 ‘그곳’에 빠지게 된 까닭은 뒷간 귀신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라나? 뒷간 귀신의 화를 진정시켜야만 아이가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어른들은 떡을 해서 뒷간 앞에 놓고 빌었던 것이다. 그 떡은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하던 그 때 사람들의 간식이 되면서 아이의 밝은 앞날을 위한 복떡이기도 했다.

몇 해 전 우리 전통 문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림책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참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소중한 우리 문화들을 하나하나 책으로 엮어 낸 노력도 높이 사야하지만,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책을 사 주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은 놀이의 하나로 책을 보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것을 일깨워 주고 싶은 욕심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가끔씩 동무를 집에 데려온다. 뭘 하고 노는지 궁금해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집에 온 아이들 중 둘에 한 명은 10분도 안되어 심심해하고, 컴퓨터를 해도 되는지 묻곤 한다. 나름으로 놀이를 찾아 놀고 있던 다른 아이들까지 컴퓨터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을 보인다. 밖에 나가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갖지 못한 요즘 아이들에게 손가락만 움직이면 천연색으로 보여주고, 온갖 흉내를 내는 컴퓨터란 물건은 떨쳐버리기 힘든 요술상자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싫어한다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하고 나면 아이는 더 읽어달라는 주문을 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컴퓨터보다 더 재미있는 우리의 놀이 세계에 푹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언제라도 엄마 아빠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 엄마 아빠랑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할 준비 말이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다음 권이 기대된다. 어린이들이 여러 분야의 잊혀진 문화를 지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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