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업무개시…미국자세 변수

  • 입력 2003년 6월 17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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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모레노 오캄포(50)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수석검사로 16일 취임하면서 ICC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오캄포 검사는 이날 ICC 본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전세계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면 생명과 자유 전체를 수호할 수 없다"면서 "정의와 올바름을 위해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1980~84년 자국민들을 무수하게 납치·고문·살해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의 주범인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자들을 무려 700건의 재판에 회부한 바 있다. 그는 또 독일의 나치 정권과 칠레 군부독재 희생자 가족들의 대리인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인권 변호사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7월1일 ICC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접수된 전쟁범죄 관련 고소건수는 무려 400건. 수석 검사는 이 가운데 2004년 말까지 최대 3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신문은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ICC가 다룰 첫 케이스로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콜럼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전쟁범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콩고와 콜럼비아는 모두 ICC 비준국이다. 대량학살관련 범죄의 경우 국가 지도자급 인사에 대해서도 ICC 차원의 수사가 가능하다.

오캄포 검사의 최대 난제는 사사건건 ICC에 제동을 거는 미국과의 관계. 미국은 ICC가 자국 국민에 대한 정치적 목적의 기소를 정당화할 수 있다며 미국에 대한 유엔의 기소면제 결의안을 최근 연장한데 이어 세계 38개국과 양자간 기소면제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ICC 비준국이 아니지만 ICC가 비준국 이외 지역의 시민이 비준국 안에서 저지른 행위까지 기소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기관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3개 국가(미국 러시아 중국)가 ICC 설립을 규정한 로마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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