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백혈병에 아들잃은 안병호씨 ‘헌혈증 기부’…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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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백혈병과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세상으로 먼저 떠난 보낸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헌혈증 기부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백혈병에 걸린 환자들을 위한 헌혈증 기부센터인 ‘언제나 푸른 하늘’(cafe.daum.net/abh 2362)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안병호씨(54·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2동)는 ‘헌혈 전도사’로 통한다.

부천에서 플라스틱 재생업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까지 헌혈증서 4000여장을 모아 백혈병 등에 걸린 환자 80여명에게 40∼50장씩 나눠줬다.

안씨가 벌이는 헌혈증 기부운동에 공감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참여해 현재 정회원만 280여명에 달한다.

그가 헌혈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백혈병을 앓다가 “이 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아버지가 보살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 외아들 성일씨(당시 21세)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안씨는 이 사이트를 통해 백혈병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환자 가족들의 체험담 등을 소개해 서로 의견을 나누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생활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모금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 사는 박모양(9) 등 어린이 백혈병 환자 2명에게 2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경인전철 송내역 앞 광장에서 대한적십자사 산하 한마음혈액원과 매달 정기적으로 벌이는 헌혈캠페인도 그의 몫이다.

안씨는 “부인과 딸들이 처음에는 ‘성일이를 제발 잊어라’며 말렸지만 요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며 “이 땅에서 불치병이 사라져 ‘언제나 푸른 하늘’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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