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부시는 카우보이 스타일…클린턴과 반대”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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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최근 다시 국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사진)이 분쟁 해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취임 이후 중동문제를 기피해오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승전의 여세를 몰아 이-팔 사태에 뛰어들었다. 4일 요르단에서 미-이-팔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드디어 평화와 희망이 역사에서 승리하게 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바로 며칠 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를 공격하고 하마스가 자살 폭탄 테러로 대응, 중동평화 로드맵이 난관에 봉착하자 부시 대통령은 갑자기 무대 뒤로 사라졌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부시 대통령의 중동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소떼몰기’로 명명했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지어낸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및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대화를 나누던 중 “협상 과정을 감시할 사람을 보내겠다”면서 감시라는 표현 대신 ‘소떼몰기’를 썼다.

부시 대통령은 이-팔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존 울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를 중동 특사로 보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보낼 예정. 하지만 본인은 4일 이후 중동 지역에 전화 한 통 걸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참담한 실패로 귀착될 수 있는 문제에 깊이 연루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도와 1977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 정치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부시 진영은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팔 사태를 풀기 위해 거의 매일 중동 지역에 전화를 걸고 중동 외교관들이 워싱턴에 올 때마다 시간을 내 만났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시 진영은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기 위해서는 초지에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 그래서 대실패는 맛보지 않을지 모르지만 중동문제를 풀지 못한 역대 대통령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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