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타미정권 ‘안팎 시련’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49분


코멘트
개혁 성향의 이란 모하마드 하타미(사진) 정권이 반정부 시위 확산 속에 핵개발 의혹이 국제사회의 심판대에 오르는 등 안팎의 도전에 흔들리고 있다.

▽이란 핵협정 위반=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6일 이란이 핵시설에 대해 더욱 광범위한 사찰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된 IAEA 정기 이사회에 이란 핵사찰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부속의정서에 서명해 IAEA가 이란의 신고 시설 외에 모든 의심 시설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AEA가 이란 핵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IAEA 이사회는 닷새간의 논의에서 이란에 보다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사찰을 요구하는 결의안 또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거나 불시 핵 사찰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사회 연설에서 “이번 보고서는 이라크가 특정 핵물질과 핵활동을 보고하지 않았으나 이를 교정하기 위한 조치가 현재 이란 당국의 협력하에 진행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란 원자력기구의 할릴 무사비 대변인은 16일 “추가 사찰 수용 문제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이란을 방문중인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란은 대량살상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되기를 원하며 그 같은 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관측통들은 이란이 사찰의 대가로 서방 세계에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을 지지,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강온파 대립=미국은 대이란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와 방법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콜린 파월 장관의 국무부는 이란 지도부의 개혁파와 대화를 통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국방부는 권위주의적 이란 정권을 뒤흔들어 약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등 온건파는 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핵협정을 모델로 핵과 경제적 지원을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 등 매파의 강력한 반대에 봉착해 무산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강경파들은 이란의 민주화와 핵개발 저지를 위해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는 다각적인 정치 군사 외교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의회 일각에서도 이란민주화법을 추진해 이란의 민주정권 수립에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5일 이란 내 민주화 시위에 대해 “‘자유로운 이란’을 향해 이란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란 외무부는 즉각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국에 공식 서한을 보내 ‘내정간섭’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란의 이원적 권력구조=미국 정부가 대이란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는 이유 중 하나는 이란의 이원적 권력 구조에도 기인한다. 행정부는 국민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4년 임기)의 지휘를 받지만 사법부는 종교지도자들이 89년에 선출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휘를 받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어서 최종적인 권한은 최고지도자에게 있다.

이에 따라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 민간 지도부와 종교적 전통을 고수하려는 성직자들의 갈등으로 이란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하타미 정권을 지지해온 학생들은 개혁의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하타미 정권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어 하타미 정권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