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 'DJ 고지' 오르나…박지원씨 16일 출두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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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소환된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 사무실 주변은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정상회담 합의와 대북송금 전 과정에 깊이 간여한 ‘핵심 중의 핵심’.

이날 송 특검을 포함해 특검팀 수사관들은 평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박광빈(朴光彬) 특검보 등 박 전 장관 조사를 맡고 있는 수사팀도 식사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박 전 장관은 이날 당당했다. 오전 9시55분 승용차 편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H빌딩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100여명의 취재진에게 자신의 소신을 큰 목소리로 피력했고 특검사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박 전 장관은 특검 수사에 대해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은 전 세계가 지지했으며 역사가 평가할 것으로 믿는다”며 “특검 수사에 성실하고 당당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강조, 특검 수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팀은 이날 박 전 장관의 조사에 맞춰 오전에는 이기호(李起浩·구속) 전 대통령경제수석을, 오후에는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을 불러 대질조사를 벌이는 등 조사를 숨 가쁘게 진행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김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해 북측과 논의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대가성에 대한 최종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경제교류 협력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회담의 대가로 대북송금하는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통치행위론’에 대한 법률 검토를 벌이면서도 김 전 대통령 조사 여부는 박 전 장관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확인되어야만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전 장관에게서 ‘의미 있는’ 진술이 나와야 비로소 사건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및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달여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특검 수사가 이제 ‘마지막 고지’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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