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이혜숙/월드컵 그때처럼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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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우리에게 6월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멀리는 6·25전쟁이란 민족적 비극이 있었고 1987년의 민주화운동과 1년 전 ‘한일 월드컵’도 있었다. 요즘 월드컵 1주년 기념행사와 특집 방송들이 지난해의 감격을 되살려주고 있다. 월드컵 4강 진출 장면과 ‘붉은 악마’의 응원 물결은 아무리 봐도 감동적이다. 이곳에서 1987년 6월 민주화 세력들은 최루탄을 맞아가며 ‘대통령직선제 쟁취’를 외쳤고, 결국 넥타이부대와 소시민들까지 합세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이들 386세대는 이제 정치 사회적으로 입지를 굳혔다.

또 확대된 민주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신세대들은 ‘N세대’ ‘월드컵 세대’로 불리며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지난해 월드컵 당시 자발적으로 ‘붉은 악마’를 조직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했다. 그들의 활기차고 열정적인 응원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동참케 했고 월드컵 열기를 나라 구석구석 퍼지게 했다. 월드컵은 승전보와 함께 점차 국민축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요즘,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고 이익을 위해 단체행동을 앞세우는 기성세대를 보면 그날의 감동과 비전을 모두 잊은 듯해 보인다. 서로 편을 가르고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최루탄 연기를 삼키며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던 1980년대가 계속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80년대와 너무나 달라졌는데도 국가의 주축을 이루는 기성세대와 386세대는 아직도 80년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위치를 보존하는 데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경험삼아 세대간 반목과 질시를 넘어 대화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월드컵 1주년 기념방송 등을 보니 ‘하나된 우리’를 다시 경험하고 싶어진다. 서로 목소리만 높여가는 요즘, 월드컵 신화는 지금 우리가 우선해야 할 것은 ‘화합’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혜숙 가정주부·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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