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수라장 민주당, 여당 자격 있나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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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신당싸움에 끝이 없다. 어제 신당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아수라장이 된 민주당 당무회의는 현 집권여당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당신들은 굴러온 돌이야’ ‘어딜 쳐다보느냐‘는 등의 막말이 오가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이처럼 생산성 없는 집안싸움이 계속되면서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애초 신당논의의 취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신당논의’에 당연히 있어야할 ‘새정치’는 간 곳이 없고 ‘죽느냐 사느냐’식의 권력투쟁과 감정싸움 등 ‘구태’만 남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우리 정치의 한 대안으로 신당논의를 지켜보던 상당수 국민은 이제 기대는커녕 환멸을 느끼고 있다. 요즘 여러 여론조사에서 신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정당이 간판을 바꿔 달아 신장개업을 하든 분당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선택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내린 결정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들이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넉 달 가까이 집권당이 제구실을 못하고 내분이나 계속하면서 중대한 국정현안을 방치하고 있다면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민주당은 지금까지 신당논의에 매달리느라 북핵 경제 노사문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적 대책회의 한번 제대로 열지 못했다. 총체적 국가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집권당이 국정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으니 과연 ‘여당’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정당사상 정권 출범 초기에 집권당이 이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밥그릇 싸움’만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민주당이 국정을 포기하고 벌이는 사나운 신당싸움에 국민은 지쳐 있다. 이런 불안하고 대책 없는 상황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조장했는가. 유권자들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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