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자동차 100년]두 얼굴로 달려온 자동차 한세기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08분



대량생산시대를 연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16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포드는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자동차를 서민의 생필품으로 만들고 컨베이어 벨트 작업공정을 통한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하면서 현대 문명의 새 장을 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포드 자동차 100년’이 바꾼 미국의 현대 사회사를 전했다.
1903년 6월 16일 헨리 포드와 11명의 투자자들이 15만달러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포드자동차를 설립했다.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포드에게 당시 은행가들은 “멀쩡한 말들이 저렇게 많은데 자동차가 장사가 되겠느냐”며 투자를 꺼렸다.



그러나 1908년 사상 첫 대량생산 자동차인 포드 T형이 825달러에 출시되고, 1913년 세계 최초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에서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포드자동차는 ‘세기의 성공’을 거뒀다.
자동차는 넓은 지역에 띄엄띄엄 떨어져 사는 농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편의시설에 접근하기가 쉬워지고 경작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농촌은 번영했지만 역설적으로 기계에 의존한 대량 경작은 과잉생산에 따른 후유증을 초래했다. 시장에서 퇴출된 농부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을 떠났다. 도시로 몰려든 이들은 직장과 복지시설에 접근이 쉬운 도심의 ‘슬럼’을 형성했다.
반면 자동차를 이용한 출퇴근이 자유로워지면서 도시 거주민들은 살기 좋은 교외로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은 슬럼, 중상층은 교외로 나뉘어 정착했다.
자동차는 10대의 도덕관도 바꿨다.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사는 일은 ‘성인식’의 중요한 과정이 됐고 자동차에서 방해받지 않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성관념도 자연스레 변했다. 집에 갇혀 있던 여성에게 자동차는 세상과 소통할 문을 열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소비문화도 바뀌었다. 차를 탄 채 음식을 주문해 먹는 드라이브인 레스토랑과 차를 타고 교외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하는 창고형 대형 쇼핑몰, 차를 탄 채 영화를 보는 드라이브인 시네마가 속속 생겨났다.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의 레저문화도 확산됐다. 모텔이 곳곳에 생겨난 것도 자동차의 영향 때문이었다.
포드는 “내가 현대를 발견했다”는 명언을 남겼지만 반면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의 표상으로도 자리잡았다. 그가 고안한 컨베이어 벨트는 ‘비인간적 공정’으로 많은 비난을 샀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하는 인간을 기계 부속품에 비유했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포드가 고안한 대량생산시설에서 인간까지 만들어 내는 미래를 그렸다.
포드는 근로자의 태업을 막기 위해 감시조를 고용했고, 또 감시조에 편입된 근로자는 해고 직전 단계인 대기조로 분류하는 등 각종 노동통제 장치를 고안한 것으로도 근로자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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