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재무상황 장단점 투명하게 공개…노사분규 줄어

  • 입력 2003년 6월 16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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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상황을 샅샅이 알리시오.”

일부 임원들끼리 공유하던 사내(社內) 주요 정보를 전 직원에게 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정보의 비(非)대칭성’이 해결될 때 노사가 더욱 화합한다는 경험에 기초한 것.

사장이 직접 전 직원을 상대로 회의를 주재하며 경영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석하지 못하는 지방 주재 직원들을 위해 비디오나 사내 인터넷 망을 활용하기도 한다.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회사의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영업 실적 등을 설명할 뿐 아니라 회사 문제점도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재무 분야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5월 27일부터 6월 11일까지 경인지역과 영남지역에서 3년 이상 근무한 4급 사원 436명을 대상으로 ‘경영지표의 이해’라는 교육을 실시했다. 거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상황을 알리는 셈.

이 백화점은 현역 회계사를 고용해 하루 8시간 동안 자사(自社)뿐 아니라 경쟁사의 재무제표를 보는 법을 알려줬다. 이어 미래의 경영성과를 분석하는 수준까지 강의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현대백화점의 위치가 어떠한지 투명하게 보여주겠다는 것.

이번 교육은 “전 직원들이 회사의 재무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능동적인 인재가 된다”는 하원만(河元萬) 사장의 지론에 따라 이뤄졌다.

해태제과와 신라호텔은 정기적으로 전 직원을 상대로 사장이 직접 회사의 경영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태제과는 매월 정기회의를 열어 월별 경영성과를 차석용(車錫勇) 사장이 직접 설명한다. 이번 회계연도(2002년 7월∼2003년 6월)가 끝난 7월경에는 전체 자산과 부채 등 재무상황까지 꼼꼼히 설명해 줄 예정. 지방공장 생산직 직원을 위해 월례회의는 온라인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배포된다.

신라호텔도 1996년부터 1년에 두 번 전 직원을 연회장에 모아놓고 각 사업부의 매출, 비용, 손익 등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는 회사의 주요 문제점도 함께 얘기된다. 이 덕분에 외환위기로 힘들었던 97년과 98년에는 대부분의 사원이 복리후생비 축소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

한국후지제록스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회장은 ‘투명 경영이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믿는 경영자다.

그는 평소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강성 노조”라며 “기업이 모든 정보를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밝혀 노조의 신뢰를 얻는 것이 노사분규를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다카스기 회장은 분기마다 비디오를 제작해 회사 재무제표, 경영실적, 자산수익률(ROA) 등을 임직원과 공유한다. 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매월 생산직 사업장을 찾아 근로자와 함께 삼겹살 안주에 소주를 기울이는 ‘삼겹살 회장’으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후지제록스는 2001년 12월 노동부로부터 신(新)노사문화대상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무(無)교섭으로 임금협상을 끝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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