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對北제재 가속]北 해외돈줄 봉쇄 '경제枯死' 작전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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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압박 공세는 미사일 수출, 마약 밀수, 위조달러 불법 공급 등 3대 외화 수입원을 차단해 경제제재 효과를 거둠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한 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구사할 것임을 예고해 왔다.

최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주재한 마드리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11개국 회의, 하와이에서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등은 압박 작전이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대북 압박 작전에는 일본과 호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분위기는 대북 압박 쪽으로 기울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화물선 안전 검사 강화, 만경봉호 입항 보류, 총련계 건물에 대한 세금 부과, 미사일 부품 판매 기업 수사 등은 압박 작전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라크전쟁 당시 영국에 이어 미국에 가장 우호적인 맹방으로 떠오른 호주의 경우 최근 북한 화물선에 대한 당국의 치밀한 작전으로 대규모 마약 밀수를 적발해냄으로써 북한이 마약 수출국임을 입증시켰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11일 마약, 핵물질 등 불법 품목에 대한 북한의 교역을 중단시키기 위해 해상 봉쇄를 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국제적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약 밀수나 위조달러 공급 등은 어느 나라나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제재에 어려움이 없지만 문제는 합법적인 미사일 수출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예멘으로 가던 북한 화물선을 스페인 해군을 통해 나포, 스커드미사일이 적재된 것을 적발했으나 예멘 정부의 항의와 관련 국제법의 미비로 풀어준 뒤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마드리드 회의와 TCOG 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일단 참가국들이 현행 국내법과 국제법을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행 체제로 미사일 수출에 대한 충분한 차단 및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지난달 31일 ‘대량살상무기 저지 조치(PSI)’를 제안해 논의의 물꼬를 터놓았고 볼턴 차관은 마드리드 회의에서 ‘컨테이너 보안 조치(CSI)’로 그 구상의 일단을 구체화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작전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1월 이후 안보리에 계속 계류돼 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美, 北 대량살상무기 수출차단 국제협력체제 구축 나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은 아직은 초보적인 검토 단계로 핵확산금지조약(NPT)처럼 국제적인 체제(regime)가 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PSI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WMD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제법을 통해 마약과 위조지폐를 운반하는 선박은 단속이 가능하지만 미사일과 부품을 운반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할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스페인 전함을 이용해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선박을 나포했다가 풀어준 것도 국제법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유엔헌장 7조에 따른 강제조치를 발동할 경우 예외적으로 미사일 선박을 나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등을 포함한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류다.

부시 대통령의 PSI 추진도 이 같은 현 국제법의 한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국제체제를 만들어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한과 이란 등의 WMD 확산에 대처하기 위한 다자회담을 열어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미사일 부품 등 ‘수상한 화물’을 압수할 수 있는 전략을 논의했다. 미국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도 미국의 PSI 구상을 설명함으로써 북한의 WMD 문제를 압박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PSI 구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적인 성격을 갖춘 체제로 굳어진 뒤에야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제법적으로 볼 때 비록 PSI 체제가 만들어지더라도 비가입국에 대한 구속력은 없기 때문.

정부 당국자는 “새로운 체제가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정국가를 적시하는 게 아니라 WMD가 갖는 위험성을 적시하고 이를 방지하는 형태의 체제를 만든 뒤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 대상국을 가입시키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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