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對北제재 가속]한국, 美-日과 北核대응 시각차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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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3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의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선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조치들이 논의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 대표단은 “구체적인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하지도 않았고, 당장 압박책을 실시키로 결정한 것도 아니므로 현 상황을 압박 국면으로 봐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이번 회의의 논의내용들은 북한이 끝내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거부할 경우 점진적, 단계적으로 압박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공동 언론발표문에 북한의 마약과 위조지폐 유통 등 불법행위에 공동대처하겠다고 명기한 것은 마약대금이 핵개발의 자금이 되고 있다는 미국의 시각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의 위법행위’ 대신 ‘북한 조직(North Korean entities)의 위법행위’란 표현을 쓸 것을 제안해 수용됐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번 회의에선 미국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PSI)에 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 구상의 적용 대상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재협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사실상 대북 경수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압박감을 느낄 만한 일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언제라도 북한을 제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 경수로 사업이 8월 말에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은 북핵 문제가 93년 제네바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경수로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재개될지, 혹은 영구 중단될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한은 확대 다자회담에 응할 것인가. 한국 대표단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다자회담 구상을 전달했으며 북한이 수용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회담에 응할 경우의 대북한 유인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보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해 유인책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물론 3자회담이 5자 또는 6자 회담으로 확대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더 쉽게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다자회담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거나 실제로 다자회담이 열리는 동안에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놀룰루=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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