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크린쿼터 대안은 없는가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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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둘러싸고 정부와 영화인들의 대립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정부의 문제 제기와 문화 주권을 내세우는 영화계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만 달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쓰는 시대에 방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50% 가까이 끌어올린 우리 영화인들의 노고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문화는 경제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스크린쿼터는 ‘정신적 그린벨트’라는 그들의 주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BIT도 필요한 것이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논의는 스크린쿼터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연간 146일(최소 106일)인 의무상영 일수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 BIT협상 때 2007년까지 73일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어려운 여건에서 한국 영화를 지켜온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관이 최소 기준에 가깝게 스크린쿼터를 운용하는 현실로 볼 때 실제 줄어드는 날짜는 이보다 적을 것이다. 몇 년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국산영화 경쟁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BIT 체결에 목말라하는 경제계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되 영화산업에 피해가 있을 때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도입하는 방안과 미국영화 직배사의 배급망 독점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대화를 거부한 채 ‘스크린쿼터 절대 사수’만을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들도 국내 영화산업이 살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현행 제도 외에는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화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열악한 농민들도 이미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한 것이 현실이다. 농업이 문화보다 덜 중요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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