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주말 영빈관 정치'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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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주말인 14, 15일 부산지역 대선 공신(功臣) 100여명을 잇달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식사모임을 가진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민주당발(發) 신당 창당론은 물론 ‘부산·경남(PK)신당’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그렇다. 14일 저녁모임에는 핵심 측근인 정윤재 부산 사상지구당위원장, 조성래 변호사를 비롯한 부산 정치개혁추진위원회 멤버 등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 50여명이 초청됐다.

15일 점심에는 노 대통령이 13대 국회의원 시절 인연을 맺은 부산 동구지구당 관계자와 지난해까지 노 대통령의 지구당이었던 부산 북-강서을 지구당 관계자 50여명이 초청됐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이나 신당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노 대통령은 “언론에서 어떻게 쓰든 나는 개의치 않고 가겠다. 자신 있다”며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계속 밀어 달라”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어떤 강도 직선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없으며 굽이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굼벵이가 번데기를 거쳐 탈바꿈해 매미가 되고, 잠자리 애벌레가 물에서 살다가 수초를 타고 올라 잠자리가 된다. 고통스럽지만 딱 끝나고 날개를 달면 날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누가 뭐래도,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은 내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호남지역과 서울지역 선대위 인사들도 이미 초청했으며 이날 행사도 대선 때 고생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리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경제난 극복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이 시기에 대통령이 선거 공신들을 무더기로 청와대로 초청한 것부터가 제3자의 눈에는 한가하게 비칠 수 있다. 아직도 대통령이 대선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매달려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부산지역의 민주당 위원장 11명 중 4명만 선별 초청해 초청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편 가르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대통령의 주말 일정은 ‘사생활’이라며 이들 행사가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별다른 뜻이 없다면 그럴 필요도 없지 않은가.

대통령의 모든 행동에는 명분과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상식을 청와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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