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엄마 배가 또 아파"…엄마와 대화가 '약손'

  • 입력 2003년 6월 1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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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가 아이의 배를 진찰하고 있다.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 바이러스나 세균성 장염인 경우가 많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소아과 의사가 아이의 배를 진찰하고 있다.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 바이러스나 세균성 장염인 경우가 많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엄마 배 아파.” “엄마 배 쑤셔.”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배가 아프면 특정 부위가 어떻게 아프다고 호소하지 않고 무조건 배를 가리키며 아프다고 말한다. 무더운 날씨에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 부모는 흔히 체한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의외로 변비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복통의 특징을 잘 알면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갑자기 배가 아파요=요즘 시기에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 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이나 세균성 식중독에 의한 것이 대부분.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복통이 가장 많다. 콧물이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세가 동반되며 복통과 설사는 심하지 않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면 감기와 더불어 복통도 자연히 낫는다.

이에 비해 식중독에 의한 복통은 열과 설사, 구토 등을 동반한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때 설사를 하는 것은 장 안의 나쁜 물질을 빨리 내보내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설사를 한다고 서둘러 지사제를 먹였다가는 나쁜 균이 빠져나가지 못해 도리어 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한편 배꼽 주위 또는 명치 끝에서 갑자기 복통이 시작돼 배 전체로 퍼지거나 간혹 오른쪽 아랫배로 모이기도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본다. 10∼12세에 가장 흔하다. 입맛이 없어지거나 메스꺼움과 구토도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움직이면 아프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 그러나 이러한 전형적인 증세를 나타내는 아이보다는 배만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복통이 생긴지 3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수시로 배가 아파요=열이나 설사, 특별히 토하는 것도 없고 멀쩡해 보이는데도 입버릇처럼 복통을 호소하면 원인을 모르는 만성 복통일 가능성이 높다.

10∼12세에서 가장 빈도가 높고 남자보다는 여자 아이에게 더욱 흔하다.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지만 10명 중 9명은 원인을 알 수 없다.

만성 복통의 어린이 상당수는 불안심리, 수면장애, 약한 우울, 자신감 결여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학교 시험을 치고 난 뒤나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우, 학교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때 복통을 호소할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어떤 때 배가 아프기 시작하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고민이 해결되면 대개는 별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좋아진다.

한편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 배변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장이 늘어나면서 복통이 생길 수 있다.

또 복통과 함께 두 다리를 꼬며 엉덩이 근육에 힘을 준 뒤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면 소아변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잦다.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급우들과 공동으로 화장실을 쓰게 되면서 갖게 된 심리적 위축감이 주원인이다.

▽주의점=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하면 부모는 진통제나 진경제 등의 약을 먹인다. 그러나 배가 많이 아프지 않고 설사도 심하지 않으면 일단은 기다리는 것이 상책.

임의로 약을 먹이면 배 아픈 증세가 완화되거나 없어지게 된다. 결국 병이 심해질 때까지 진단을 할 수 없게 되며 이는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설사를 막기 위해 한방제제를 통해 장을 마비시키는 약을 먹이기도 하는데 이는 지사제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

복통과 함께 심한 설사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것은 아이가 축 처지거나 혀가 말라있거나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의 탈수 증세다. 이럴 땐 약국에서 페디라, 에레드롤 등과 같은 전해질 용액을 구입한 뒤 마시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소아과 서정기 교수, 서울 동작구 하정훈 소아과 원장, 대전 선병원 소아과 강선미 과장)

▼이때는 즉시 병원으로▼

1. 한살 미만의 아기가 평소와 다르게 울고 다리를 배 쪽으로 당길 때

2. 아이가 3시간 이상 계속 배에 통증을 호소할 때

3. 사타구니나 고환 부위가 붓고 통증을 호소할 때

4. 3시간 이상 계속 토하거나 설사를 할 때

5. 토사물이 노란 연두색을 띠거나 변에 피가 묻어 있을 때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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