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빌딩, 서울의 표정을 바꾼다

  • 입력 2003년 6월 15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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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테헤란로변에 박스 형태를 벗어난 독특한 기하학적 형태의 사무용 고층건물이 잇따라 들어서 네모반듯한 도시에 역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6월말 완공되는 강남구 역삼동 포스틸타워는 크리스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건물의 한쪽 모서리를 칼로 두부 썰듯 잘라내 꼭지점을 중심으로 3개면이 아니라 4개면이 달라붙도록 파격을 주고 반사유리를 씌워 크리스탈의 느낌이 나도록 했다.

모서리를 잘라내고 반사유리를 씌운 부분은 김중업이 설계한 을지로 중소기업은행 본점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반사유리를 씌우지 않은 면은 창밖으로 스테인레스 소재의 수평날개를 조밀하게 달아 반사유리를 씌운 면과 대조를 이루게 해 반사유리 면을 강조했다. 반사유리 부분의 아래로 향한 2개면은 내려꽂히는 V자의 형태를 취해 철강회사의 날카로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건물은 미국 KPF의 윌리엄 페더슨이 기본설계를 맡고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에이씨가 기본설계때부터 참여해 실시설계까지 했다.

포스에이씨의 박경수 이사는 “포스틸의 모회사인 포스코의 이미지를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테헤란로변에 박스 형태를 벗어난 첫 사무용 고층건물은 99년 완공된 역삼동의 LG강남타워. 논현로쪽으로 배부분이 불쑥 나와 있는 건물인데 당시 이런 식의 건물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강남구청에 신고도 많이 했다고 한다. 미국 SOM사가 기본설계를 맡고 창조건축이 실시설계를 했다.

창조건축의 장근식 팀장은 “처음부터 곡선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건물의 상층부가 서울시 미관심의를 거치면서 좁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하층부와 연결하기 위해 불룩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2002년 완공된 대치동 동부금융센터는 정면의 배 부분을 테헤란로쪽으로 과도하게 흘리면서 한층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학교운동장 조회시간에 나란히 선 줄에서 혼자 튀어나온 정신없는 학생을 연상시킨다.

앞으로 쓰러질 것 같은 큰 역삼각형 구조를 똑바로 선 작은 삼각형 구조가 가까스로 받치고 있는 불안정한 구조는 건물에 율동감을 더해 준다.

포스틸타워와 마찬가지로 KPF사의 윌리엄 페더슨이 기본 설계를 맡았고 도시건축이 실시설계를 담당했다. 페더슨은 한국 전통의 반짇고리(바느질함)의 이미지를 차용해 옆으로 세워놓은 형태로 이 건물을 설계했다. 철골량이 통상 건물의 3배나 들어 구조적으로는 손해지만 외관상으로는 강한 인상을 주는 건물이다.

도시건축의 김혜란 이사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누구나 한번 보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지는 디자인을 요구했다”며 “최근 건축주들은 사무용 빌딩이라 하더라도 기능보다 외관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80년대에는 수출기념탑과 같은 상징성을 중시한 무역센터가, 90년대에는 정갈한 외관에 높은 기능성을 갖춘 포스코센터가 테헤란로를 대표했다면, 2000년대에는 새로운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인가. 건축학자들은 아직 유보적이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포스틸타워나 동부금융센터 같은 건물이 당장은 눈길을 끌겠지만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식상하지 않을 디자인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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