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북핵 압박' 본격화

  • 입력 2003년 6월 15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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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공조체제 구축작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대(對) 북한 제재 강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북한 경제의 의존도가 큰 일본은 만경봉호 등 북한 선박에 대한 사실상의 입항금지와 재일 조선총련 시설에 대한 면세 중단 등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 스페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북한을 겨냥해 대량살상무기(WMD)의 수입 및 수송규제를 위한 국제적 대책을 논의한 가운데 동남아 각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주목되는 일본의 대 북한 압박 = 일본 이바라키(茨城)현의 쓰지우라(土浦)시는 관내 총련시설에 대한 고정자산세 면제혜택을 중지하기로 하고 지난달 과세통지서를 총련측에 우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총련 시설에 대한 과세는 이번이 처음으로 도쿄(東京)도와 이바라키현의 미토(水戶)시 등도 총련 건물에 대한 면세취소를 위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총련을 북한을 대표하는 '준외교기관'으로 간주해 세금 면제 혜택을 부여해왔으나 일본인 납치사건과 핵개발 등을 계기로 일본 국민의 대북한 감정이 악화되자 잇따라 면세취소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만경봉호의 입항 보류에 이어 다른 북한 선박에 대해서도 검사를 대폭 강화하거나 입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서부 지방의 도야마(富山)항 접안을 거부당한 북한 화물선 '수양산호'는 북한으로 돌아갈 연료부족 등으로 4일째 항구 앞바다에 정박해있는 상태다.

북한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선박 사찰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일본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박들의 서비스를 계속 차단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각국 "북한 불법거래 봉쇄책 마련" = 미국 호주 일본 등 3국은 최근 도쿄에서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운반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다우너 장관은 "북한 선박의 정지나 금수조치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우 광범위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며 "대북한 금수조치를 취하는 것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우너 장관의 발언은 북한 화물선이 대량의 헤로인을 호주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지 일주일만에 나온 것으로, 북한에 대한 금수조치 가능성과 관련해 호주의 역할이 주목된다고 FT는 분석했다.

한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15일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ASEAN 외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공동성명 초안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성명 초안에 따르면 ASEAN 외상들은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지지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핵없는 체제로 돌아갈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ASEAN 외상회담에 이어 17∼18일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촉구할 것이라고 일본 외무성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이에 앞서 WMD의 수입 및 수송 규제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규범을 모색하는 다자간 협의가 미국 영국 폴란드 호주 등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12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려 북한 등에 의한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수출을 봉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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