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스라엘에 전면전 선포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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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최대 무장세력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피의 보복 때문에 중동평화 이행안인 로드맵이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양측은 연이어 ‘보복 공격’을 교환하면서 서로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13일 “하마스와의 전쟁은 가차 없이 전개될 것이며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 등 하마스 지휘부를 공격하는 데 제약은 없다”며 하마스 창시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야신을 공격대상으로 지목했다.

하마스 또한 12일 모든 무장대원에 대해 이스라엘 공격령을 내리고 이스라엘 내 외국인들에게 출국을 촉구,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앞서 11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버스에 대해 테러를 가하자 12일 이스라엘 헬기가 하마스 지도자를 공격했다. 이날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세력인 지하드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해 1명을 살해했다. 13일에는 이스라엘 여성 운전자 2명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인근 도로에서 알 아크사 여단 소속으로 보이는 저격수에게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동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존 울프 미 국무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중재단을 이르면 14일 예루살렘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22일 요르단 암만에서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 대표와 함께 로드맵 이행에 관한 4자회담을 열 예정이다. 파월 장관은 13일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측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양측 모두 로드맵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2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즉각적인 분쟁 종식을 위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마무드 아바스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대표함으로써 아라파트 수반은 각종 평화회담에서 소외돼 왔으나 앞으로 그의 역할에 따라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쪽도 아직까지 로드맵 무효를 선언하지 않았다. 로드맵은 양측의 공존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완전 격퇴와 이슬람 단일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미국 유엔 등이 앞으로 어떻게 하마스를 통제할 것인가가 중동평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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