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내정간섭 말라" 카스트로 100만시위 주도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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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쿠바 민주화’를 국제 이슈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는 가운데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2일 아바나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서방국가들의 ‘내정 간섭’에 항의했다.

이날 시위는 쿠바 전체 인구의 9%에 해당하는 100여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아바나 주재 스페인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렸다.

76세의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10여분간 가두행진에 직접 참여했다. 그의 동생으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72세의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도 이탈리아대사관 맞은편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쿠바 당국은 이날 하루 휴무조치를 내려 시민들이 행진에 동참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9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외무장관 연례회의에서 “쿠바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OAS와 미국이 공동전선을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미주지역에서 독재국가는 설 땅이 없다”며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후 14명의 쿠바 외교관을 추방했다. EU도 쿠바 당국이 3월에 75명의 ‘반체제(민주화)’ 관련 인사들을 체포, 즉결재판을 통해 6∼28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쿠바에 대한 경제원조 추진을 취소하고 고위급 인사의 쿠바 방문을 비롯한 교류도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쿠바 정부는 체포된 인사들은 쿠바 내 미국 세력과 공모해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며 미국과 EU를 비난해 왔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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