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경제학회 학술대회]"과도한 규제보다 시장원리 맡겨야"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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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개혁성향을 띠고 있지만 실제 정책 추진 단계에서는 일관성과 방향을 잃은 ‘개혁 맹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철도 민영화 유보나 화물연대 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논란과 같은 사회적 갈등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민정책포럼(회장 장오현·張五鉉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과 나라발전연구회(회장 신영무·申永茂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한국제도경제학회(회장 박세일·朴世逸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치 관치 법치:법치주의 확립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관한 논의를 벌였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인하대 이영희(李永熙·법학) 교수는 ‘법치주의와 정치개혁’이라는 논문을 통해 “노무현 정권은 한국사회의 ‘진보적 개혁’에 적극적이지만 이념과 어젠다는 명확치 않다”며 “개혁이라는 말이 단지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정치 패권주의적 개념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수사(修辭)로 사용되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행정개혁과 관련, 서울대 최병선(崔炳善·행정학) 교수는 철도 민영화나 화물연대 파업, NEIS 등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힘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너무 강한 정부’를 추구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탓에 이익집단들은 정부를 통해 모든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발상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강한 정부의 아이러니’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부문에 대해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혁은 법과 시장원리에 근거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기업 내부 조직을 정부가 직접 간섭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다부채, 상호지급보증 등은 기업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데 동의하지만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는 금융기관의 대출관행 등 외부 변수를 이용해 통제하는 게 시장원리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헌준(朴憲俊·경영학) 교수도 지금은 폐지된 자산재평가 제도를 예로 들며 “기업 투명을 제고하기 위해 복잡하고 실효성 없는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서울대 한인섭(韓寅燮·법학) 교수는 재판에 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제 도입과 검사의 기소재량권에 대한 통제를 주장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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