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北경수로공사 중단 검토]'단계적 北압박' 시작인가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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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현장에서 열린 타설식.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8월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현장에서 열린 타설식.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화냐, 압박이냐.’

12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의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첫날 회의에선 북한 핵문제의 해법에 대한 각국간의 미묘한 기류 차이가 감지됐다.

한미일 모두 북한의 핵은 용인할 수 없고, 평화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대전제엔 공감했지만 현실적인 방법론에선 역시 한국과 미일간에 시각차가 노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서울에서부터 장담했던 대로 오늘 회의에선 대북 압박 문제에 관해선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며 “확대 다자회담을 조기에 추진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간다는 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핵 국면을 대북 압박이 아니라 대화의 모멘텀(momentum)을 유지하는 쪽으로 끌어가려는 우리 정부의 희망과 의도를 내비친 것이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 참석자는 “지금은 누가 뭐래도 압박 국면”이라며 “한미일은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자는 것일 뿐 확대 다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서 대북 압박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회의에서 대북 경수로 사업의 중단 문제가 거론된 점이다. 이 차관보는 “이는 앞으로 몇 달 뒤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더 이상 공사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논의였을 뿐 북한에 대한 제재나 압박 차원에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경수로 사업이 중단된다면 심각한 파장이 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중유공급 중단에 이어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면 94년 북핵 위기의 해법으로 도출된 제네바 합의는 사실상 와해된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그동안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 제네바 합의를 이미 깼다며 경수로 사업을 중단하고 제네바 합의도 파기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날 TCOG 회의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경수로 사업의 중단 가능성과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한국은 경수로 사업의 지속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핵과 관련된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경수로 사업 중단은 관련국간에 현안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후속 회담으로 확대 다자회담을 추진키로 한 것은 북한과의 양자 협상이나 3자회담 틀 안에서의 양자협상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관철된 것이다.

한국은 공식적으론 회담의 형식엔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내심으론 가급적 미국과 북한간의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일이 포함된 확대 다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워낙 강해 결국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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