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수로공사 조만간 중단 가능성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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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일본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의 중단 가능성을 중점 협의했다. 회의에서는 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확대 다자회담을 조기에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미국 및 일본과 각각 가진 양자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기술적인 이유로 경수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는 가능성과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회의에서 거론됐으나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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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참석자는 “대북 경수로 사업이 진척되기 위해선 핵심 부품을 공급해야 하지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에는 공사에 하자가 있을 경우 면책 등에 관한 의정서가 체결돼 있지 않아 일부 부품의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선 북한과 의정서 체결을 위한 회담을 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경수로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도 “속도를 늦추더라도 (경수로 사업을) 계속하는 편이 낫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좀 다른 것 같다는 점에서 결국은 KEDO가 최종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차관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양자회담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중-미 3자회담을 다시 여는 대신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확대 다자회담을 열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이미 북한에 5자회담 구상을 전달해 놓은 상태이나 러시아도 다자회담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확대 다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그 형태가 5자회담이 아니라 6자회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미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PSI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PSI는 시작 단계(starting point)이기 때문에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엔 한국의 이 차관보와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일본의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미일은 14일 미일 양자협의와 한미일이 모두 참석하는 3자협의를 잇달아 연 뒤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다.

하와이=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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