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차 부평공장의 교훈을 보라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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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천자동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사가 2001년 구조조정 때 정리해고된 직원 1725명을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노사평화가 어떤 결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규모 파업이 줄줄이 예고된 살벌한 상황에서 듣는 신선한 소식이다. 80년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던 대우차 부평공장의 일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대우차를 인수할 때 부평공장을 제외했다. 생산위탁계약만 맺으면서 쟁의행위로 인한 작업손실 시간이 전 세계 GM공장 평균보다 적어야 할 것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6년 뒤 인수키로 약속한 상태다. 이제 부평공장은 이 조건을 앞당겨 달성해 GM대우에 조기 통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가 합심해 공장 정상화에 진력해 얻은 보람찬 성과다.

노사 양측은 합의서에 “노조는 GM대우와의 통합조건 중 하나인 작업시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평화를 지킨다”고 명기했다고 한다. 이런 노사평화가 2년 전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동료들에게 다시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경영개선의 밑거름이 됐다. 노와 사가 모두 사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보여준 모범사례라 하겠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13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해 파업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25일 민주노총의 ‘경고성 파업’에 참여하고 내달 2일 전면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내달 2일은 현대차 외에도 울산지역에서 대규모 파업이 예고된 상태이다. 파업은 매출과 순익 감소로 이어져 근로자들에게 나눠줄 파이의 크기도 감소시킨다.

노동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조건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이 문을 닫아 일터가 없어진다면 노동운동의 의미도 없어진다. 6월과 7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각 사업장 노조는 노사평화를 바탕으로 회사를 살리고 정리해고된 직원까지 복직시키게 된 대우차 부평공장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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