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위대’ 심어 뭘 하겠다는 건가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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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각 부처에 공식 비공식의 개혁주체조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정부 부처에 기존 공무원조직 외에 별도의 ‘대통령 전위조직’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나와 직접 대화하거나 e메일로 하거나, 안 될 수도 있지만 정신적 가치를 함께 하는 조직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조직을 각 정부 부처에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를 갖고 권세를 누리는 ‘하나회’와 같은 비선조직은 아니다”고 했으나 대통령과 ‘정신적 가치’를 함께하는 조직이 권세화하지 않는다고 누가 믿을 수 있는가.

노 대통령은 또 “옆길로 가는 사람은 인사를 통해 정책이 와해되는 것을 막겠다”고도 말했다. 공무원 모두가 개혁주체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개혁주체조직이 따로 있는 마당에 그들 외에는 모두 ‘옆길로 가는 사람’으로 치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경우 공직사회가 분열되고 혼란에 빠질 것은 뻔한 일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근본조직이 내부로부터 와해될 위험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 이 정부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집권측이 사회 각 세력을 ‘코드’에 따라 분류하는 데서 비롯되는 분열과 갈등이다. ‘근본적인 개혁은 사람의 행동양식을 개혁하는 것’이란 노 대통령의 논리 역시 인간 행동양식에 대한 독선적인 재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보다는 분열을 부채질 할 수 있다. 공직사회가 분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두려운 일이다.

공무원들이 특정 조직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면 그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개혁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공직자들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개혁을 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즉각 무리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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