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에코 이코노미'…자연과 공생하는 경제를 생각

  • 입력 2003년 6월 13일 17시 53분


코멘트
◇에코 이코노미/레스터 브라운 지음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옮김/392쪽 2만원 도요새

레스터 브라운의 월드워치연구소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8년 전으로 기억된다. 그곳 연구원에는 박사가 없다. 박사들의 높은 월급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의 질마저 낮은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지식의 생산은 권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지속적인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연구소의 전문가들을 이끌고 환경 부문의 가장 중요한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브라운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연구소에 축적한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급박하게 이 지구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또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에 우리가 가진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세계 경제체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중국을 포함한 77그룹의 양극화체계에서 불안한 ‘물질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현재의 속도로 경제적 도약 과정을 마치고 미국과 같은 소비패턴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에너지 부족은 물 부족으로 이어지고 물 부족은 다시 식량부족으로, 그리고 이러한 물질순환의 위기는 지구 전체의 위기이자 모든 인류의 불행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책의 이런 지적들은 이제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넘어가는 한국에 있어서는 더욱 유효할 수 있다. 한국은 에너지소비 세계 10위권에 들고 있으며 석유수입은 세계 6위이다. 즉 경제규모만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한국은 에너지의 98%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패턴은 집약적이고 내포적인 유럽형이 아니라 외향확장적인 미국형의 소비구조를 따라가고 있다. 작은 차와 작은 집에 사는 유럽의 서민문화 대신 큰 차와 큰 집을 선호하는 맨해튼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소비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소비구조하에서 과연 경제의 유지가 가능할 것인가. 저자 브라운의 질문은 바로 우리들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 학문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학제적 접근이며 건전한 상식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을 ‘에코 이코노미’는 강조하며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사람과 자연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근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외된 지역을 계속 소외시킬 것인가. 소외된 국가를 계속 소외시킬 것인가. 이 책의 제목 에코 이코노미는 ‘생태적으로 유지 가능한 경제’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며 우리도 우리나라의 경제시스템에 적합한 ‘에코 이코노미’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우석훈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이사·경제학 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