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姜공정위장 초청간담회서 비판

  • 입력 2003년 6월 13일 0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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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부의 경제정책 및 대(對) 기업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경기 하강기에 기업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정부 개혁정책의 문제점과 정책 일관성 결여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기업들에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지 말고, 정부 정책과 제도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면서 “정부는 노사문제를 다룰 때 국민 정서에 끌려다니지 말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스스로 앞장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경련 손길승(孫吉丞) 회장, 대한항공 조양호(趙亮鎬) 회장, 삼보컴퓨터 이용태(李龍兌) 회장, 삼성물산 배종렬(裵鍾烈) 사장, LG화학 노기호(盧岐鎬) 사장 등 재벌 오너 총수 및 전문경영인 등 기업인 3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경기 하강기에는 기업들이 현금흐름이 부족해 쉽게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면서 최근 공정위가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시작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경기 하강기에 부당내부거래 조사나 재벌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기업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스스로 개혁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개혁의 강도와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정부가 공익소송제 등 선진국 제도들을 많이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는 국민소득 3만∼4만달러인 나라들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제 1만달러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 한국적 실정에서는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공정거래법은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고 해외시장 비중이 커진 지금에는 맞지 않는다”면서 “규제 위주의 공정거래법을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기업인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수뇌들이 “소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가 여러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재벌개혁’을 외치는 데 대해 “정책이 너무 변화무쌍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0, 90년대 정부는 ‘경제력 집중 완화’를 외치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4% 미만으로 낮추는 기업에 대해서는 특혜를 주었다”면서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 소수 지분을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정부가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지주회사 등으로 유도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한국 기업의 조직은 한국의 경제발전단계와 문화, 노사관계 등이 반영된 역사적 산물”이라면서 “기업 조직 개편 방안의 하나로 지주회사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모든 기업이 그리로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강 위원장은 “시장개혁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식과 관행이 변한다면 3년후 대기업집단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시장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임무를 맡은 공정위로서는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소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옳다”며 재벌개혁 추진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기업에 충격을 주고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부를 다져야 한다”며 조사 강행의지를 밝혔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문제는 9일부터 실시한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됐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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