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81>齒 牙(치아)

  • 입력 2003년 6월 12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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齒 牙(치아)

齒-이 치 牙-어금니 아 陸-뭍 육

象-코끼리 상 齡-나이 령 嚼-씹을 작

다음 두 문자로 이뤄진 단어의 예를 보자.

文字(문자), 言語(언어), 姓氏(성씨), 道路(도로), 世代(세대), 圖畵(도서), 海洋(해양), 官吏(관리), 疾病(질병), 墳墓(분묘), 魂魄(혼백) 등등…

‘文’과 ‘字’, ‘言’과 ‘語’ 등 각 글자의 뜻을 구별할 수 있는가? 글자가 다르므로 뜻도 다를 법한데 차이점을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두 글자는 분명 차이가 있다. 漢字(한자)의 구조를 알면 쉽게 구별할 수가 있다.

하나만 예를 들어 설명한다. 海와 洋은 둘 다 ‘바다’를 뜻하지만 海는 陸地(육지)와 가까운, 그러면서도 그리 크지 않은 바다(Sea)를 말한다. 그래서 ‘沿近海’(연근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東海(동해)니 西海(서해), 南海(남해), 그리고 세계지도에서 볼 수 있는 北海(북해), 地中海(지중해) 등이 있다.

반면 洋은 육지와는 멀리 떨어진, 큰 바다를 뜻한다(Ocean). 그래서 ‘遠洋’(원양)이라는 말이 있다. 太平洋(태평양)이니 印度洋(인도양), 大西洋(대서양) 등은 큰 바다다.

이런 애매한 경우로 齒牙도 있다. 둘 다 ‘이빨’을 뜻하며 물체의 모습을 보고 만든 象形文(상형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차이가 있다. 즉 ‘牙’는 어금니를 꽉 깨문 모습을 그린 다음 세워놓은 글자다. 물론 漢字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도무지 닮은 것 같지 않지만 漢字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아, 그랬었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따라서 牙의 뜻은 ‘어금니’다. 코끼리의 어금니를 象牙(상아)라고 하지 않는가.

반면 앞니를 그린 것이 ‘齒’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중과 위아래의 입술, 그리고 혀의 모습이 다 그려져 있다. 이것 역시 믿어지지 않겠지만 漢字의 원형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나이를 뜻하는 齡(령)자에 齒가 들어있는 것은 소나 말의 앞니를 보고 나이를 판단했던 데서 유래한다. 그래서 齒牙(치아)라면 앞니와 어금니를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齒와 牙는 기능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즉 齒(앞니)가 美觀(미관)과 發音(발음)에 중요하다면 牙(어금니)는 咀嚼(저작·음식물을 씹음)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건강에 보다 중요한 것은 牙라고 하겠다.

예로부터 齒牙는 五福(오복)의 바탕이라고 했다. 제아무리 富貴福祿(부귀복록)을 갖추었다 한들 건강한 齒牙가 없으면 長壽(장수)를 기대할 수 없다. 口腔週刊(구강주간)이다. 齒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週刊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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