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거제 '3차 석유비축기지' 놓고 극한 대립

  • 입력 2003년 6월 11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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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경남 거제석유비축기지 추가 공사와 관련해 거제지역 시민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해 마찰을 빚고 있다.

거제환경운동연합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석유비축기지 3차공사 저지 대책위원회는 11일 “공사중단 요구가 관철 될 때 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거듭 밝혔으나석유공사는 “국가 경제와 직결된 국책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며 맞서있다.

▽대책위 주장=이들은 “석유공사가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 미조라 해안에 2차 비축기지를 준공하면서 추가공사는 없을 것이라던 약속을 어기고 98년부터 3차 공사를 추진해 왔다”며 “환경재앙 등을 우려한 일운면 주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해상시위를 하던 지역 주민의 어선과 공사자재를 운반하던 예인선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들이 강경 투쟁에 돌입한 것은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성 조사와 안전도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요구를 최근 석유공사에서 거부했기 때문.

대책위 공동의장인 박창균 신부는 2일 삭발과 함께 거제시청 주차장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박동철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 등 4명도 삭발투쟁에 동참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자세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16일부터 농성장소를 산업자원부 앞으로 옮길 계획이다.

거제환경연합 윤미숙 국장은 “이미 건설된 비축기지만으로도 석유비축 권고량을 충족시킬 수 있고 더구나 전체 비축기지 용량의 40% 가량은 비어있다”며 “이 시설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전용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공사 입장=석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석유비축 목표(2008년 1억4100만 배럴)를 확보하려면 추가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석유공사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환경부에 등록된 대행업체를 통해 안전성 검사를 하고, 보완책이 제시되면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책위가 요구한 ‘1년간 공사중단’과 환경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는 문제는 수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3차 공사가 민원과 시위 등으로 공정이 35%에 머물고 있고 준공도 1년 가량 늦어진 2005년 말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750만 배럴 저장 규모의 3차 공사가 끝나면 거제석유비축기지의 용량은 4650만 배럴로 늘어난다. 비축기지는 거제 말고도 여수와 동해 등 전국 8곳에 있다.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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