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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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

한나라당 강성구(姜成求) 의원은 10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측근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왜 국민이 의혹에 찬 눈길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지도 않은 채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언론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이 5월 31일 KBS에 출연해 “언론과의 밀월기간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언론과의 밀월관계가 없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생각은 상품은 저질로 만들고 포장만 잘해 팔겠다는 매우 부적절하고 오만한 발상”이라며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존 밀러의 ‘바보는 항상 남의 탓만 한다’라는 책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40여분간의 대정부질문을 정부의 잘못된 언론 인식과 언론정책을 추궁하는 데 할애했다. 강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MBC 사장을 지냈다.

▽모든 잘못은 언론 탓으로=강 의원은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감시하고 국정 운영에 의혹을 살 만한 것은 없는지 알려주는 게 본분”이라며 “현 정권의 언론관은 언론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의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과 관련, 이창동 장관이 5월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발언이) 신문의 1면이나 방송의 9시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균형 감각의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언론 고유의 편집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행동과 말은 뉴스가치가 있고 국민에게 당연히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창동 장관은 “소통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고 편집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새 정부 들어 언론 자유 훼손 심각=강 의원은 “현 정부는 권력과 언론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국가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합법적 감시를 직간접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관청 사무실 방문 취재 제한, 공무원의 취재응대 보고, 준비 안 된 브리핑제 도입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입맛에 맞는 언론과만 인터뷰하고 비판적인 언론을 ‘조폭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비판적인 언론을 견제하는 ‘경찰 언론’을 두겠다는 의도”라며 “청와대는 이런 소아병적인 언론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논란을 빚고 있는 신문공동배달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계획과 관련, “이창동 장관이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판단하겠다’(4월 15일)고 했다가 ‘정치적 오해를 받더라도 예산으로 신문공동배달제를 지원하겠다’(5월 27일)고 한 것은 미리 결론부터 내고 (형식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언론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KBS MBC EBS 연합뉴스 스카이라이프 YTN 등에 대한 정부의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北송금 특검 공방▼

대북 송금 특검수사를 놓고도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김경천(金敬天) 의원은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을 위한 대북 송금 문제를 실정법 잣대로 수사하는 것은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라며 특검 중단과 구속자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또 “수억원 예산이 투입된 특검수사로 참여정부가 얻은 게 뭐냐”며 “김대중이라는 국제적 민족사적 자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배기운(裵奇雲) 의원도 “민간기업의 대북경제협력과 관련된 실정법 위반사항을 문제 삼아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한국을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들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한나라당 민봉기(閔鳳基) 의원은 “대북 송금 사실을 뻔뻔하게 부인해온 정부 여당이 적반하장 격으로 한나라당을 반통일세력으로 몰고 있다. 피 같은 국민의 혈세를 특정 독재자 개인의 사치품 비용으로 건네준 행위야말로 반통일적 행위”라고 맞받았다. 그는 “특검활동을 방해하려는 조직적인 시도가 있는데,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몰지각한 수사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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