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다 어디 가셨나" 정족수 못채워 50이나 늦게 시작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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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국회, 망신 국회.’

본회의든 상임위원회 회의든 제 시각에 시작한 적이 거의 없는 국회가 11일에도 지각 개의했다.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 오후 회의가 의사정족수(55명·재적 의원 5분의 1)조차 채우지 못해 50분이나 지연됐다.

그동안 각종 회의는 10∼20분 늦는 것은 관행이 되다시피 했지만 이날처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까지 참석한 본회의가 50분 늦게 시작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국회사무처는 오후 1시 50분경부터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의원회관과 의사당에 내보냈다. 그러나 회의 시작 시간을 25분 넘긴 2시25분 본회의장엔 한나라당 의원 13명, 민주당 5명, 자민련 1명 등 19명밖에 출석하지 않았다.

의석에 앉아 있던 이만섭(李萬燮·민주당) 전 국회의장이 “이게 무슨 망신이냐”며 국회 직원에게 참석 의원의 이름을 적으라고 지시했다. 그는 2층 취재석에 앉아 있던 기자들을 향해 “신문에서 국회를 세게 야단쳐라”고 말하기도 했다.

2시35분이 됐지만 출석 의원은 의사정족수에 17명 모자란 38명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당내 당권 주자 등 중진들이 대거 불참한 것을 겨냥해“당 지도부 자리를 의사당 맨 앞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균환(鄭均桓) 총무,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 주로 비주류가 참석했다.

2시50분 간신히 의사정족수가 차자 사회를 맡은 조부영(趙富英) 부의장은 “의원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먼저 나와 기다린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개의를 선언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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