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정치적 절충 논란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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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택지개발촉진법과 산업집적활성화법에 묶여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문제와 관련, 일부 반도체 조립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조건을 붙여 연말까지 공장 증설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및 동부전자 음성공장 증설 등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증설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는 기흥공장의 증설을 허용하는 대신 일부 조립라인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측도 이런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방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삼성측의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책실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수도권 억제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측은 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일부 라인은 굳이 한군데 모여 있지 않아도 되는 파트가 있다”며 “이런 부분은 지방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지방으로 이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청와대는 이들 수도권 공장의 증설 허용 시기는 올해 말까지 매듭지어 내년에 증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방순회 토론회를 거쳐 지역균형 발전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면 이와 연계해 수도권 공장 증설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조건부 공장 증설 허용 방침은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양측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정치적인 해결책이며, 청와대가 민간기업의 공장부지 선정에까지 간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반도체 일부 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업종 특성상 불가능하다”며 “청와대측과 이런 방안을 논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제안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기업별로 예외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고, 대구와 강원도 충청북도 등은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면 이들 공장을 자신의 지역으로 유치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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