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美, 국민 전체 여론 아니다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27분


코멘트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여중생 2명의 1주기를 맞아 내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순수한 취지에서 효순이와 미선이의 명복을 비는 집회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번 행사가 작년처럼 폭력적 반미(反美) 시위로 번지게 되지 않을까 대다수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고건 총리는 어제 “행사가 평화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절제된 모습으로 경건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도 유가족과 한국민에게 재차 사과했고,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성명을 발표했다. 모두 추모행사가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장(場)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이해된다.

작년 여중생 사망 사고로 촉발된 촛불시위 결과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파가 훨씬 컸던 것이 사실이다. 최대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불안감이 커졌고 주한미군 재배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동자들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정상회담으로 겨우 봉합되기 시작한 한미관계가 이번 일로 다시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행사 주최측은 불필요한 반미감정 조장에 앞서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일부 극단주의적 주장에 휩쓸려 미국을 자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무슨 득이 있는지 참가자들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핵이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실상 주역을 맡고 있는 미국을 궁지로 모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영합하는 위험한 일이다.

정부는 내일 행사가 불법적인 반미 시위로 흐를 경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반미는 소수의 주장일 뿐 국민 다수는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을 원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알려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