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욱칼럼]6월은 다시 돌아오지만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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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53주년이자 6·15 남북공동선언 3주년이 되는 6월을 맞아 국내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의 필요성을 공언하고 미국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밝히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어딘가 불투명한 데다 금주 말부터 대대적인 ‘반전’과 ‘반핵’ 시위가 잇따라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더욱 혼란케 하는 것은 14일 거행되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이다. 남북간 철도 연결은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분명 축복할 일이다. 두 철도는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통로가 되고 장차 중국대륙과 러시아로 이어지는 동북아시대의 동맥이 될 것이다.

▼상징에 그친 남북철도 연결식 ▼

그러나 당장은 이 행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기가 착잡하다. 북한측에 뇌물까지 바치고 남북정상회담을 열고도 평화체제를 마련하지 못해 전쟁의 위험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급하지도 않은 휴전선에서의 철도 연결식을 왜 지금 부각해야 하는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이번 비무장지대의 철도연결로 남북 사이에 철로가 개통되는 것도 아니다. 남북 양측의 비무장지대로 연결되는 구간의 공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고 있다. 북측이 이번 행사를 장관급이 참석하는 성대한 의식으로 치르기를 요구한 것은 북핵 문제를 희석하고 평화 무드를 확산시키려는 의도에서다.

그러잖아도 6·25전쟁은 잊혀지고 있다. 해마다 6월에 거행된 기념식은 3년 전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 성격이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로 바뀌었고, 그동안 행사장에서 부르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로 시작되는 ‘6·25의 노래’는 ‘평화의 노래’로 대체되었다. 재작년부터는 행사 규모도 축소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화제를 뿌린 ‘정치범수용소’ 발언은 국내 일부에서 ‘오버한 발언’으로 비난받았지만 한국전쟁의 본질을 언급한 것만은 틀림없다. 만약 6·25전쟁 때 미국의 지원을 못 받고 남한이 공산화되었더라면 그 후의 한반도는 베트남이나 쿠바 같은 공산국처럼 독재와 가난으로 찌든 3류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전체 한민족은 오늘날 북한에서처럼 개인숭배를 강요당하는 ‘김일성 민족’으로 변했을 것이다.

남한이 적화되었더라면 공산 압제로 신음했을 많은 사람들처럼 노 대통령도 그의 말대로 비슷한 운명이 되었을지 모른다. 6·25전쟁 발발 때 4세의 소년이었던 그였지만 차츰 의식 있는 청년으로 성장해 공산주의 사회의 처참한 인권상황에 눈을 떴다면 김일성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통일연구원의 ‘2003년 북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함남 요덕 등 10여 곳에 설치된 정치범수용소에는 20여만명이 갇혀 있다.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에서만 그럴진대 남한까지 공산화되었더라면 정치범수용소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 방문 중 일본 국민과의 대화시간에 “북한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의 62%, 일본 국민의 93%가 북한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일본측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북한은 한국보다 약하며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면서 이렇게 답한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이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국가를 일본 중국 미국 순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본심이라면, 그는 서해교전의 교훈과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잊고 있는 것이다.

▼北,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

6·25전쟁은 지금도 변함없는 북측의 적화통일 전략과 당시 우리 지도자들의 안일과 무능, 그리고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에서 비롯되었다. 한반도의 진짜 평화를 원한다면 이런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교훈을 이야기하면 금방 ‘수구냉전 반통일 세력’ 운운하는 못된 풍조도 없애야 한다. 6·25전쟁은 남북한 통틀어 150만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200여만명이 부상했으며, 3만5000명의 미군을 포함한 4만여명의 유엔군이 전사 또는 실종됐고 10만여명이 부상했던 민족적 참화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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