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주식-채권 동반강세…금리 최저치 기록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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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과 주가 오름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상(異常)’ 현상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호전 예상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면, 채권시장에서는 기업 자금 수요 증가→채권 발행 증가→채권 가격 하락(금리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실물경기 흐름을 가장 빨리 반영하는 주가가 많이 오를 때 채권투자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노려 증시로 이동하는 점도 ‘주가 상승=채권 값 하락(금리 상승)’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왔다.

이 같은 원론적 분석에 따르면 금리와 주가의 불안한 동행(同行)은 머지않아 끝나야 한다.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금리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든가, 아니면 금리가 사상최저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가가 꺾이든지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여건으로 보아 이런 현상이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반강세 양상과 배경=11일 장중에 한국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200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해 콜 금리(4%)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장기 국채 금리는 이날 거래에서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로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10년물은 1958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한편 각국 증시는 미국 증시가 가파른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증시는 11일 미국 증시의 전날 반등에 힘입어 650선을 회복했고 일본 증시의 주요 지수들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채권가격과 주가의 동반강세가 시작된 것은 미국에서 2003년 4월, 한국에서는 2002년 10월이었다.

나라별로 사정은 다르나 동반강세 현상은 주식 및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실물 경기 전망, 특히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물가의 전반적인 하락)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새로운 추세로 굳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상황에 대해 “최근 발표된 거시경제지표가 서로 엇갈리는 신호를 주는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반면 채권 투자자들은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감세,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이 디플레이션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한국의 주가는 경기가 더 이상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오르고 있고 금리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예상 속에 카드채 사태 이후 두드러진 극도의 위험기피 경향으로 인해 국고채 금리를 중심으로 떨어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전망=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동반강세는 특이하고 불안한 현상으로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실물경기 회복을 뚜렷이 보여주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미국 증시를 따라 움직이는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와 금리는 미국과 한국에서 국면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에 최근의 동반강세가 비정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뿌리 깊은 가운데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고 돈을 많이 풀고 있기 때문에 동반강세 현상이 6개월 이상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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