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주로 떠나는 역사기행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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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밤이라. 그 빛이 고고하다. 감은사 동탑 아래 달그림자 또렷하니 탑돌이 아녀자의 발걸음도 가볍도다. 손에 든 백등 놓고 탑아래 둘러 앉으면 들리나니 명창 소리요 보이나니 달빛 신라다. 조성하기자
신라의 달밤이라. 그 빛이 고고하다. 감은사 동탑 아래 달그림자 또렷하니 탑돌이 아녀자의 발걸음도 가볍도다. 손에 든 백등 놓고 탑아래 둘러 앉으면 들리나니 명창 소리요 보이나니 달빛 신라다. 조성하기자
둥근 보름달 두둥실 떠오르는 경주 동편의 감포 앞바다. 문무대왕 수중왕릉의 대왕암 바위에 달빛은 환히 부서진다. 그 달빛 어디 바다만 비출까. 감은사지 삼층 동탑, 분황사 모전 석탑, 박혁거세 나투신 나정의 송림, 남산 냉골의 목 없는 부처상(석불 좌상) 어깨 위…. 부드런 달빛은 흐르다 이내 떨어져 부서진다.

보름달 둥실 뜨는 날 경주 사람들은 신라의 달밤을 이야기한다. 밤하늘 별빛을 소리 없이 물리치고 은은한 달빛으로 천년 고도 경주의 밤을 멋지게 수놓았을 그 보름달을 찾아 헤맨다. 감포 앞의 바다로, 불상의 세계 남산으로, 아니면 탑만 덩 그라니 남은 스러진 절터로. 거기서 차를 마시며 역사를 이야기한다. 지난 천년의 신라, 그 지난 천년 이후의 신라를 기억하면서.

경주의 불교문화 시민 단체인 신라 문화원(원장 진병길)의 ‘달빛 신라 역사 기행’은 이처럼 보름달 아래 빛나는 ‘신라의 달밤’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보름밤 달빛 아래 고고하게 자태를 드러낸 석탑의 아름다운 모습.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다. 그 달빛 하얗게 부서지는 탑 아래서 명창의 소리와 가야금 거문고의 주악을 듣는 것도 신라 고도 경주에서가 아니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추억이다.

그뿐이 아니다. 눈으로 달빛 풍경을 즐기고 귀로 향기로운 국악을 즐기는 동안에 입도 전통의 맛을 즐긴다. 차 인심 넉넉한 경주 다인들이 한복 고이 차려입고 탑 아래 차상에서 향긋한 녹차를 우려내 달밤의 방문객을 접대한다. 차 잎 갈아 넣고 만든 차 떡과 함께. 달빛 아래 석탑 그림자가 길게 누워 흐릿해질 때 까지 신라의 달밤은 이어진다.

벌써 8년째인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주 인근 지역 주민만 참가해온 조촐한 답사 프로그램. 그러나 소문이 퍼지며 지난해 여름부터는 참가 객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경북도청 윤용섭 문화체육국장은 “보름달 아래 백등을 들고 빙빙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를 통해 고도 신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가 인기를 얻자 경북도청도 예산을 지원, 6월부터는 보름마다 열고 수준 높은 공연과 행사 연출로 재미를 더하게 됐다. 경북도청의 윤용섭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하룻밤 묵으며 달빛 기행을 즐긴다면 경주 관광이 훨씬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빛 신라 역사 기행 즐기기

달빛 기행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진행된다. 오후에는 답사, 저녁에는 탑돌이 후 그 자리에서 차를 마시며 달빛 아래서 야외 국악 공연을 관람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1만2000원(학생 1만원). 여기에는 입장료 강사료 저녁식사 차와 차떡 공연관람 기념품(백등)이 포함되어 있다. 날짜별 행사 계획은 아래 <표> 참조. 참가신청은 054-774-1950

신라 달빛 역사 기행 코스 및 일정
행사일답사 코스야외 공연
양력음력내 용특 징
61415안압지∼황룡사터∼분황사(탑돌이)∼활룡사터대금 국악 연주황룡사터 공연&다례시연
71213포석정∼재매정∼월정교∼월성∼첨성대대금 연주첨성대 배경
1415남산 찾기/보리사∼감실불상∼옥룡암대금 연주탑골 마애석불 군 배경
81215남산 찾기/삼릉∼상선암∼삼불사(바둑바위)산정의 대금연주남산에서 낙조 감상
1618기림사∼대왕암∼감은사터(동·서탑 탑돌이)탑아래 국악공연대왕암에서 월출 감상

경주=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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