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보수'로 가는 日정계]네오콘 "교전금지 헌법 개정해야"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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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 정계가 ‘신보수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오콘(neo-con)’으로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의 분포가 여야 소속과 꼭 일치하지 않아 신보수주의가 일본 정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사히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AERA)’ 16일자는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과 핵 무장론에 관해 20, 30대의 중의원 및 참의원 의원 48명 모두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를 실었다.

이들 중 무응답자 3명을 제외한 45명 가운데 66%(30명)가 군대 보유 금지와 교전권을 부인한 현행 헌법 9조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쓰라린 경험 때문에 거론 자체가 금기시돼오다 최근 북한 핵 위기를 빌미로 부상한 핵 무장론에 대해 “검토해야 마땅하다”고 답한 의원도 6명(15%)에 이르렀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집권 연립여당인 자민당, 보수신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핵 무장론을 지지하는 의원이 등장한 점이다.

헌법 9조 개정과 핵 무장론 검토를 둘 다 반대한 15명 중에는 여당인 자민당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연립여당이지만 당론으로 이를 반대해온 공명당 소속 의원 2명이 포함됐다.

또 일부 의원은 핵 무장론을 주장하면서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갖춰도 격추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공격형 억제력으로서의 핵무기를 보유해 적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에라는 이처럼 신보수주의 성향을 가진 의원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20, 30대 의원 중 82%가 “북한이 일본을 상대로 전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에라는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일본이 군사력에 의존한 강경지향의 ‘네오콘 국가’가 될 것인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런 신보수화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북한을 방문한 재일 한국인은 앞으로 일본으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확산돼온 미국의 신보수화 경향이 일본 정계에도 퍼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일본 국회에서 3개의 유사법제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나, 이라크에 대한 자위대 파병이 시간문제가 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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