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자회담 주장 결국 철회…北核5자회담 추진 가닥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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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를 풀어갈 다자회담이 남북과 미국, 일본, 중국이 참여하는 5자회담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부는 3자회담 개최(4월23일) 직후에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중미 3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었다. 북한이 3자회담에서 핵보유선언을 했지만, 이 문제를 조기에 풀기 위해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5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우리 정부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됐다.

정부는 미일정상회담(5월23일)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한일 양국이 참여하는 5자회담 개최를 언급한 뒤 미일 양측과 이 문제를 협의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회담 형태에 관한 논란 때문에 회담이 열리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있다”며 “그러나 미국의 (5자회담 개최) 입장이 워낙 강하고 일본도 대화 자체만을 위해 성급하게 3자회담을 여는 방안은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2, 13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의 후속형식을 협의할 때 5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의 후속 다자회담 개최 입장이 마련되면 중국과 협의를 거쳐 다자회담 재개 문제를 북한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 북한은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을 통해 북-미 양자회담이 보장된 다자회담 개최 등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지만 아직은 북-미 양자회담을 개최한 뒤 다자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변화 여부에 따라서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회담 개최가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일 3국은 TCOG 회의에서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북핵 개발 및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미사일 수출 봉쇄 움직임 및 일본의 북한 선박 입출항 검색 강화 등 이미 현실화하기 시작한 대북 제재 방안도 보다 구체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북핵 문제 해법의 향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의 하나는 중국의 역할이다. 현재로서는 3자회담 재개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이 TCOG 회의 결과에 따른 다자회담 확대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지 여부는 북핵 해결의 방향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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