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시장 침체기미 뚜렷…과잉공급에 경기불황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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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세시장의 침체 기미가 뚜렷하다.

아파트 매매가의 선행지표인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율도 신통치 않다. 입주할 시기는 됐지만 전세금이 빠지지 않아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도 크게 늘고 있다.


▽전세시장 ‘게걸음’=서울 강남권 매매시장은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과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강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약보합세다. 이 중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의 전세금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7평형 전세금은 지난주보다 500만원 떨어진 1억1000만∼1억2000만원. 도곡동 진달래 1차 22평형은 1500만원 내린 1억2300만∼1억2400만원 수준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매매가는 교환가치, 임대료는 사용가치를 뜻한다. 매매가와 임대료 차이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정보 제공회사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작년 10월 중순 이후 전세금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5월 2일 대비 월말(30일) 전세금 변동률은 △서울은 ―0.25% △신도시 ―0.17% △수도권(서울과 신도시 제외) 0.08%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신도시의 하락은 3∼5월 초 반짝했던 전세시장이 계절적 비수기(非需期)와 맞물리면서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증가=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두산 위브’(2655가구)는 4월 말 입주가 시작됐으나 입주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

인근 R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이 빠지지 않아 이사를 못 오는 사람이 많다”며 “입주하는 대신 전세로 내놓고 있으나 전세금만 떨어졌을 뿐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32평형 전세금은 당초 1억5000만∼1억6000만원이었으나 현재 1억2000만원정도다.

경기 군포시 당정동 ‘LG 신(新) 산본 자이’ 2차 아파트(921가구)도 마찬가지. 4월 말 입주가 시작됐으나 입주율이 60% 정도에 그친다.

인근 L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당수 집주인이 전세 매물로 내놓으면서 전세금도 입주 초기 1억3000만∼1억4000만원에서 현재 1억∼1억1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세금 반환 등을 둘러싼 임대차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상담실을 운영하는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9월∼올해 2월까지 월평균 2760건 수준이던 분쟁 상담 신청건수가 올해 3∼5월 3340여건으로 늘었다. 작년 3∼5월(월평균 3060여건)보다도 9% 정도 증가했다.

▽원인과 전망=최근 2, 3년간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신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최근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집을 옮기려는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통계로 잘 잡히지 않는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 등 전월세 주택상품의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등 주택공급량은 66만가구지만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 등을 포함하면 90만가구로 추정된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 보유세 강화 등 각종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있어 주택의 투자수익률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매물은 증가하고 있으나 입주 수요가 줄고 있어 매매가와 전세금 사이의 조정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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