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北위험하지 않다는 발언 위험 美-日, 盧일관성 중시"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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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한승수(韓昇洙.사진) 의원은 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미 방일 외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은 노 대통령이 한 말에 대한 일관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을 차례로 방문해서 각국 정부 요인 및 의원들을 만나고 최근 귀국한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외교에서는 표현 한마디가 갖는 함의(含意)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수식어 하나를 놓고도 몇 년씩 줄다리기를 하는 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북한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대표적인 ‘위험한 발언’으로 꼽았다. 그는 “미 당국자들은 노 대통령이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경우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와 다른 듯한 말을 한 데 혼란을 느낄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말의 일관성을 신용의 척도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가까운 나라를 일본 중국 미국 순으로 꼽은 데 대해서도 “미국은 혈맹인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국민도 식민지 지배를 당한 한국의 대통령이 내놓은 ‘선물’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잘못된 말은 뒤집으면 되고 범법행위도 사면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금융거래에서도 신용에 한번 펑크가 난 사람은 평생 적색거래자로 찍혀 대출 한번 받을 수도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면서 “외교적 발언은 일관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도 이날 기자와 만나 “모든 대외정책에서 중국을 가상적국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노 대통령의 중국 우선 발언에 충격을 받고,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겨루는 일본을 우선시한 발언에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행은 “특히 미국은 앞으로 대북 경제제재나 해상봉쇄, 무력조치 등을 취할 때 한국을 협의대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해 도리어 홀가분해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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