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인중개사 반발 이유 있다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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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업계가 국세청의 상주 입회조사에 반발해 정부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동산투기 사례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가 어쩌다 이런 수모까지 당하게 됐는지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정부 부동산정책의 난맥상이 자초한 사태라 하겠다.

중개업자들이 영업 과정에서 터득한 정보로 정부를 위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져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 약자인 중개업자들이 오죽하면 정부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겠느냐 하는 점에 우리의 관심은 집중된다.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수도권과 충청지역 부동산업소에 직원 3000명을 상주시킨 채 무기한 입회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중개업 영업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고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개업소로서는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계가 비상총회를 열고 국세청에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크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악덕 부동산업소를 단속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책 목표가 옳다고 해도 모든 부동산업소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현재의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국세청의 무차별적 입회조사는 선량한 중개업소에 대한 사실상의 영업방해에 해당한다. 정부 정책은 대다수 선량한 국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비상총회에서 “정부는 투기 억제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중개업계를 ‘부도덕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항변했다. 정부가 툭하면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중개업소마다 세무서 직원들을 상주시키는 것은 투기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자체를 끊는 것이다. 국세청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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