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석재현씨…정부 "우리가 간여할 사안 아니다"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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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현씨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지난달 2년형을 선고받은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 석재현씨(33·뉴욕 타임스 프리랜서·경일대 강사·대구 수성구)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주요 언론 및 정계 인사, 국제 언론·인권단체들이 중국 당국에 항의하며 석씨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석씨 사건은 취재 활동을 하던 외국인 기자에 대한 실형 선고가 매우 드문 일인 데다, 탈북자 문제라는 첨예한 현안과 관련돼 있어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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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문제 다시 국제이슈로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0일자에 ‘중국의 불의(不義·injustice)’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석씨 투옥을 규탄하며 석방을 촉구한 데 이어 최근 하루빨리 다시 석씨와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신원보증서’를 중국 당국에 전달했다.

LA 타임스도 9일 석씨가 투옥된 경위를 상세히 전하면서 무죄청원이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지난달 14일 칼럼을 통해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석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석씨 사건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마이클 호로위츠 미 허드슨연구소 인권담당국장은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일부 미 상하원 의원들이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석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은 중국이 석씨를 석방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상원 결의안 채택도 그 중 하나로 강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하원은 지난해 6월 ‘탈북자 북송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또 ‘국경없는 기자회’와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도 중국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그의 구명 운동에 나섰다.

석씨는 1월 18일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서 체포돼 지난달 22일 옌타이 지방법원에서 ‘탈북자들의 월경을 도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석씨 사건은 중국 국내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우리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다만 석씨가 탈북자들을 돕는 인도주의적 입장이었음을 감안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중국 외교부와 공안 등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비타 메논 CPJ 아시아담당 국장은 6일 “중국에 투옥 중인 39명의 언론인 중 외국인은 석씨가 유일하다”며 “석씨의 석방만이 국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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