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도 '親美실리' 택하나…유로貨 채택결정 보류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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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로화 채택 여부 결정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9일 영국은 아직 유럽연합(EU) 단일통화인 유로화 체제에 가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내년 중 경제상황을 재검토해 유로화 채택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운 장관은 이날 오후 하원 연설을 통해 유로화 채택에 필요한 5가지 경제적 조건 가운데 금융 산업에 긍정적이라는 것 외에 4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내년 중 유로화 채택 여부를 정부가 다시 심사해 조건이 충족됐다는 판단이 나오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은 “내년 3월 예산편성 시기에 정부가 이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1997년 유로화 체제 가입을 위해서는 △영국과 유로권 국가간 경제체제상 차이점이 점차 해소돼야 하고 △단일통화체제 가입에 따른 경제변화에 대응할 유연성이 확보돼야 하며 △투자 확대 △금융산업 발전 △고용 증대 및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어야 한다는 5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평가 보고서는 영국이 유럽단일통화동맹(EMU), 즉 유로화 체제에 가입하면 교역량 증가 등에서는 이익을 얻지만 고용에 부정적이며 특히 주택시장에 심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영국 경제가 유로권 국가보다 미국 경제와 더 깊게 연계돼 있어 유로권에 편입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앞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영국민의 3분의 2는 유로화 채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노동당 정부가 연내 유로화 채택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왔다.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 스웨덴 덴마크를 제외한 12개국은 2002년 1월 1일부터 유로화를 통용시켰다. 스웨덴은 9월 유로화 가입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며, 덴마크는 2000년 투표에서 반대 결정이 내려졌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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