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유괴범 잡으려다 아빠 숨져

  • 입력 2003년 6월 10일 0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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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납치한 유괴범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아버지가 숨지자 유족들이 경찰의 안이한 검거작전으로 화를 당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목포시청 공무원 정모씨(45)는 3일 오후 전남 목포시 상동 모 학원 뒷길에서 딸(13·중1)을 납치한 유괴범 강모씨(32·무직)가 현금 7000만원을 요구하자 4일 새벽 무안군 삼향면 덕치마을 부근에 현금을 갖다 놓고 나오는 과정에서 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병원에서 치료받다 5일 만인 9일 오전 숨졌다.

유괴범 강씨는 정씨를 찌른 뒤 달아나다 1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숨진 정씨의 동생(41)은 “형이 자신의 차로 돈을 갖고 도망가는 유괴범의 차를 들이받아 큰 소리가 났고 이후 10여분간 격투가 벌어졌는데도 경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형이 유괴범을 만나러 갈 때 경찰은 방탄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접선장소 인근에 형사대를 잠복시키지 않는 등 유괴범 검거작전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목포경찰서 이경수 수사과장은 “사전에 정씨와 접선장소에 돈만 갖다 놓고 오기로 약속했으나 정씨가 갑자기 유괴범을 붙잡으려다 부상했다”며 “접선 장소에서 290m 떨어진 지점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잠복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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