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왕우렁이는 제2 황소개구리?

  • 입력 2003년 6월 9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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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외래종인 왕우렁이가 어린벼를 갉아먹는 등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9일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논의 잡초를 뜯어먹는 우렁이의 습성을 이용해 모를 낸 논에 화학농약인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투입하는 ‘친환경 우렁이농법’이 확산되고 있으나 왕우렁이의 경우 생태계를 파괴시킬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잡초가 생길 무렵 투입되는 왕우렁이는 그동안 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잡초만 먹고 산 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 왕우렁이가 수입된지 20여년이 지나면서 국내 기후환경에 적응해 죽기 전에 알을 낳고 이듬해 알에서 깨어난 왕우렁이가 직파한 벼의 어린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돌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시기술센터는 이에 따라 내년도 친환경농업 기술보급사업에서 왕우렁이 투입을 전면 금지하고 기술이 검증된 병해충종합관리(IPM), 양분종합관리(INM) 등의 농법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왕우렁이에 의한 피해는 남부지역의 상당수 농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왕우렁이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 유역의 호수나 늪지에서 서식하며 고온 다습한 아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어패류의 일종으로 각종 채소는 물론이고 죽은 물고기 등도 먹는 잡식성이며 남부지역에서는 겨울에도 죽지 않고 알이 동면하는 등 생존력도 강하다.

특히 한번 산란시 500∼700개의 알을 낳는 등 번식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우렁이농법의 보급으로 왕우렁이가 확산될 경우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왕우렁이의 양식을 전면 금지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검역해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왕우렁이가 자연상태에서 월동한 뒤 야생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방사를 자제해야 한다”며 “왕우렁이를 토종 논우렁이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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