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란契’ 애국의 길 100년…1903년 삼척 유림 결성 독립운동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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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성된 지 100년이 되는 계(契)모임인 강원 동해 삼척지역의 금란계(金蘭契)가 9일 오전 동해시 무릉계곡 금란정 입구에서 계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성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구한말 이 지역 유생들이 쓰러져가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결성한 이 계모임은 단순히 목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애국의 뜻’을 결집하는 계모임이었다.

금란계 심상택(沈相澤·71) 운영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선열들의 독립운동정신을 시대에 맞게 청소년의 충효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 금란계의 결성 취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자”고 말했다.

금란계는 갑신정변과 명성황후시해사건 이후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1903년 4월 삼척향교 소속 유림 38명이 조직한 구국단체로 출발했다. 계원들 모두가 이 고장에서 추앙받는 선비들. 일제에 굽히지 않고 대쪽같이 사는 이들은 청빈하면서도 당당하게 민족자존을 부르짖어 일제의 1급 감시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1905년에는 계원 전원이 일경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탄압이 거세지면서 1908년부터는 지하조직으로 탈바꿈, 의병대장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20만원의 군자금을 대고 일부 계원은 의병에 직접 참가하는 등 강원 영동지방의 독립운동을 후원했다. 의병활동을 벌이던 일부 계원들은 옥사했다.

광복 후 계원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동해시 무릉계곡에 금란정(金蘭亭)을 세우고 선인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 지금도 홍재문(洪在文)씨를 비롯한 38명의 초기 계원들의 명단이 금란정에 걸려 있고 무릉반석 바위에도 새겨져 있다.

금란계원은 1960년에 89명, 70년에 146명 등으로 크게 늘어나 현재는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김진만(金振晩) 전 국회부의장, 홍순일(洪淳佾) 태백시장, 김진모(金振模) 전 석탄산업합리화 사업단장, 동해시의회 채영주(蔡永柱) 홍성환(洪性奐) 전 의장, 최연희(崔鉛熙) 국회의원, 홍희표(洪熙杓) 동해대학총장 등이 현재 계원이다.

금란계는 현재 약 2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계 운영은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24명이 이끌어나가고 있다. 청소년 선도, 인의예지(仁義禮智) 교육, 지역 불우노인 돕기,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애국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금란계 운영위원회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금란계 발자취를 알 수 있도록 ‘금란계 100년사’ 책자를 발간, 이날 배포했다.


금란계 계원들이 9일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 입구에서 창립 100년 기념행사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경인수기자

동해=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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