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日 결산]국제사회에 對北觀 오해 부를수도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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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환영 나온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강병기기자
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환영 나온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강병기기자
광복 후 세대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일 및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파고와 한일 과거사 문제의 장벽을 실감케 했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추가 조치를 후순위로 미뤄놓음으로써 앞으로 북핵 논의 구조에서 입지가 약화될 우려마저 남겼다.

게다가 주요 현안인 비자 면제 및 전세기 운항 등의 구체적 시기를 확정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북핵이라는 기회비용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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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8일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북한은 우리보다 약하고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며 “전쟁은 미사일 몇 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과 일본이 북핵 해법을 두고 강경한 입장을 취함에 따라 대화로 풀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절박한 사정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일본 국민의 과도한 불안감과 과대포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언급은 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대북관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끝까지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거나, 북한이 무력을 사용하더라도 전쟁으로 안 간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노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족쇄를 풀고 미래 지향의 메시지를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일본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지를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기로 작정했다”며 “일반적으로 말해 과거사는 역사로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9일 국회 연설에서 비교적 강도 높게 과거사 문제를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일본 국회 연설은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6일) 및 아소 다로(麻生太朗) 자민당 정조회장의 ‘창씨개명’ 망언 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강경해졌다”고 설명했다.

기타 한일간의 현안들은 시행 날짜를 확정하지 못해 추가 협의를 과제로 남겼다. 한국인의 일본 입국시 비자 면제 문제는 대략 2005년까지는 성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또 김포공항과 하네다(羽田) 공항간 셔틀기 운항도 마찬가지다. 다만 양국간의 인식의 차이가 줄었다는 점에서 한일교류 확대를 위해 두 가지 현안은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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